사상 최대 실적 두 달 뒤, 거래대금은 33% 줄었다 "호황기에 늘어난 수익은 빠르게 줄어들 수 있지만, 확대된 비용 구조와 위험 익스포저는 단기간에 줄이기 어렵습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이 2026년 9월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6 크레딧 세미나'에서 한 말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공개된 숫자는 이렇습니다. 국내 증권업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8조 9,000억 원,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습니다. 그리고 그 최대치가 나온 직후부터 거래대금은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16일 세미나에서 밝힌 8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91조 7,000억 원입니다. 6월 고점보다 33% 적습니다. 거래대금은 증권사가 주식 매매를 중개해 받는 수수료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상반기 위탁매매 손익이 전년 동기보다 5조 3,000억 원 개선된 것도 거래대금이 받쳐준 결과였습니다. 같은 기간 금융 손익은 1조 4,000억 원, 자산관리 손익은 1조 원가량 늘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과거 호황기 가운데 감소 폭이 컸던 2021년의 거래대금 경로를 올해에 적용해봤습니다. 이 조건부 시나리오에서 하반기 거래대금은 상반기보다 16% 줄고, 2027년에는 올해 연간 추정치보다 35% 줄어듭니다. 신 연구원은 "예측이 아닌 조건부 시나리오"라고 전제하면서도 "호황기에 늘어난 증분 이익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속도 차이입니다. 수수료 수익은 거래대금과 함께 곧바로 줄지만, 호황기에 늘린 인력과 판매관리비는 그 속도로 줄지 않습니다. 위험을 안고 있는 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증권업의 채권 운용 손실은 헤지 전 기준 4조 5,000억 원이었습니다. 6월 말 여신성 익스포저는 약 90조 원으로 늘었습니다. 인수금융과 프로젝트금융은 자산을 다른 투자자에게 되팔아 회수하는 구조여서, 금리가 올라 회수 시장이 위축되면 보유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상반기 주식·집합투자증권 운용 손익을 제외하고 판관비를 과거 수준으로 조정해 계산한 결과, 판관비 커버리지는 대형 투자은행(IB)이 181.7%였습니다. 중소형 증권사는 96.3%였습니다. 주식 운용 수익이 정상화되면 중소형사는 남은 수익원만으로 비용을 다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형 IB와 중소형사의 총자산순이익률 격차도 지난해 상반기 0.5%포인트에서 올 상반기 0.7%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증권사가 벤처·성장기업에 공급한 모험자본은 지난해 말 11조 원에서 올 6월 말 16조 원으로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약 30%가 벤처 투자 관련 자산입니다. 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으로 조달을 늘리며 기업금융도 함께 커졌습니다. 다만 기업공개와 매각 시장이 부진하면 회수가 늦어지고 수익성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증권업 전반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안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업계가 곧 흔들린다는 진단은 아닙니다. 대신 호황이 꺾인 뒤 비용 통제와 기업금융 자산의 회수 성과에 따라 회사별 차별화가 커질 것으로 봤습니다. 신 연구원은 "대형 IB는 확대된 이익의 지속 가능성과 조달 확대가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지는지, 중소형사는 실적 회복이 실질적인 경쟁 지위 개선을 동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사의 실적을 볼 때 순이익 총액만으로는 지속성을 알기 어렵습니다. 이번 발표가 지목한 점검 항목은 세 가지입니다. 주식 운용 손익을 뺀 뒤에도 비용이 충당되는지, 여신성 익스포저가 얼마나 늘었는지, 기업금융 자산이 실제로 회수되고 있는지입니다. 세 항목은 증권사 분기·반기 보고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는 한국거래소가 공개합니다. 사상 최대 순이익이 발표된 상반기와, 거래대금이 33% 줄어든 8월은 불과 두 달 차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