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띠 없이, 반지가 24시간 혈압을 잽니다 “기존에 동일한 방식으로 허가된 의료기기가 없는 만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드 노보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판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 말입니다. 팔에 띠를 두르지 않고 혈압을 재는 반지형 기기로, 미국에 선례가 없는 길을 택했다는 뜻입니다. 이 회사 제품은 이미 국내 병원에서 검사 항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스카이랩스는 24시간 측정이 가능한 커프리스 반지형 혈압계 ‘카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입니다. 커프리스는 팔에 띠를 두르지 않은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병원용 제품인 ‘카트 비피’는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24시간 혈압측정검사’ 수가를 인정받았습니다. 수가 인정은 병원이 그 검사를 건강보험 항목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진료 현장에 들어간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시간 순서로 보면 흐름이 분명합니다. 2024년 국내 수가 인정을 받은 뒤, 회사는 미국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이 대표는 “FDA와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을 위한 임상 설계 논의를 마쳤다”고 말했습니다. 활동혈압 측정은 환자가 일상적으로 움직이는 24시간 동안 계속 혈압을 재는 검사입니다. 임상 착수는 “조만간”, 허가 목표 시점은 내년 말인 2027년 말입니다. 유럽고혈압학회가 권고하는 활동혈압 관련 임상 조건 6가지는 이미 충족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드 노보는 기존에 같은 방식으로 허가된 앞선 제품이 없는 신규 의료기기에 FDA가 적용하는 최초 허가 절차입니다. 보통 의료기기는 이미 허가된 유사 제품을 기준으로 삼아 심사를 받습니다. 기준으로 삼을 제품이 없으면 그 경로를 쓸 수 없습니다. 스카이랩스가 목표로 하는 ‘활동 중인 환자의 24시간 혈압 측정’은 미국에 동일한 방식의 선행 제품이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처음부터 새 기준을 만드는 절차를 택했습니다.
미국에도 커프리스 혈압계로 허가받은 제품은 이미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모두 정지 상태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앉거나 누운 상태의 측정값이 근거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걷고 일하고 잠자는 환자의 24시간 혈압을 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허가 제품이 존재하는 것과, 의료 현장에서 활동혈압 검사에 쓸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 회사의 판단입니다.
이 대표는 미국 아이리듬을 예로 들었습니다. “필립스나 보스턴사이언티픽에 비해 작은 회사지만 의료진 신뢰를 바탕으로 심전도 패치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먼저 시장에 진입해 실제 사용과 근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유통망도 함께 넓히고 있습니다. 세계 가정용 혈압계 시장 1위인 일본 오므론헬스케어와 일본 오츠카제약이 주요 파트너사이며, 두 회사는 일본을 넘어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제품 유통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습니다. 호주와 중동에서도 현지 파트너사와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회사가 차세대 동력으로 꼽는 것은 의료 데이터 사업입니다. 임상시험과 제약사 파이프라인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 플랫폼 ‘카트 넷’은 글로벌 제약사와 임상시험수탁기관과 협의 단계입니다. 이 대표는 “첫 계약은 빠르면 올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기 쪽도 늘어납니다. 혈압계가 아닌 다른 제품을 올 하반기에 출시해 국내 병원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이고, 혈압·산소포화도·맥박·호흡수·체온을 측정하는 ‘카트 바이탈’은 국내 인허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팔에 띠를 감지 않고 24시간 혈압을 재는 검사는, 국내에서는 2024년부터 건강보험 검사 항목으로 인정돼 병원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고혈압 진단이나 야간 혈압 확인이 필요한 경우라면, 진료받는 병원에 24시간 활동혈압 검사가 가능한지 문의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대표가 말한 FDA 허가는 아직 임상 착수 전 단계이고, 2027년 말은 회사가 제시한 목표 시점입니다. 선례가 없는 절차를 택했다는 그의 말은, 결과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