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7일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등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기준 현대백화점 장부에 계상된 지누스의 장부금액은 4,770억 원입니다. 반면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지누스 지분의 시장가치는 같은 날 종가 기준 약 767억 원입니다. 인수 당시 기대했던 기업가치를 시장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근거는 실적입니다. 지누스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2,871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0.1%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은 566억 원 흑자에서 568억 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1년 전인 2025년 6월 말 장부금액은 5,654억 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손상차손이 반영돼 1년 만에 15.6% 줄었습니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장부금액이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보다 클 때, 그 차액을 비용으로 미리 털어내는 회계 처리입니다. 같은 기간 지분의 시장가치는 1,439억 원에서 767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장부가를 낮췄는데도 시장가가 더 빨리 내려가면서, 두 숫자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졌습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리바트 등과 함께 리빙 사업을 그룹의 새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며 2022년 5월 지누스를 인수했습니다. 미국 아마존 등 지누스의 글로벌 온라인 판매망을 활용해 해외 사업까지 늘린다는 청사진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수 이후 미국 가구 시장은 하락세를 보였고, 원가 상승과 관세 부담이 겹쳤습니다. 중저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던 지누스가 관세에 대응해 가격을 올리자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커졌습니다. 중동전쟁 이후 미국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본업은 오히려 최고 성적을 냈습니다. 2026년 상반기 백화점 부문 매출은 1조 2,764억 원으로 역대 상반기 최대치였습니다. 영업이익은 2,46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7.7% 늘었고, 면세점도 32억 원 적자에서 96억 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의 연결 영업이익은 1,781억 원으로 10.7% 줄었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룹 매출에서 가구 제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8%였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28.6%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몸집에 비해 전체 수익성에 미친 타격이 컸다는 의미입니다.
생산 현장의 숫자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지누스는 2025년 11월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을 멈추고 동남아 중심으로 공급망을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최대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의 가동률은 2025년 85.8%에서 2026년 상반기 55.2%로 급락했습니다. 재고가 팔려 소진되는 속도를 보여주는 재고자산회전율도 같은 기간 2.9회에서 2.4회로 떨어졌습니다. 매출이 40% 빠지는 동안 판매관리비는 1,425억 원에서 1,350억 원으로 5.3%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인건비와 마케팅비 같은 고정비 감축이 더뎠기 때문입니다.
재무 체력도 얇아졌습니다.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20억 원 순유출이었고, 보유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1,181억 원인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1,905억 원입니다. 회사 측은 턴어라운드에 무게를 둡니다. 한국에서 신제품을 내고 영업망을 넓히고 있고, 2분기를 저점으로 아마존에서 가격 저항이 완화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생산기지와 판매법인, 물류센터를 축소·효율화하는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누스 실적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고,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부금액과 가동률, 차입금 같은 숫자는 모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의 반기보고서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문별 실적 발표만 보면 백화점은 역대 최대 매출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줄었습니다. 장부에 4,770억 원으로 적힌 회사를 시장이 767억 원으로 매긴 이유는 그 두 숫자 사이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