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은 적용 대상을 상장사 주식을 25% 이상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등으로 정했습니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인수자는 발행주식의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해야 합니다. 공개매수는 가격과 기간을 미리 공개하고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선언하는 방식입니다. 특정 주주와만 조용히 협상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지분 4분의 1을 확보해 경영권을 잡으려면, 절반이 넘는 주식을 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번 통과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15일 민생정책 연석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틀 뒤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됐습니다. 여야 정책위 차원의 합의가 먼저 있었고, 상임위 표결이 뒤따른 순서입니다. 다만 이 단계는 상임위원회 통과입니다. 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은 시점이라는 점은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의 출발점은 경영권 프리미엄입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회사를 넘길 때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보다 높은 가격을 받으며 얻는 추가 이익을 말합니다. 경영권이라는 권한이 지분에 얹히면서 값이 붙는 구조입니다. 그동안 이 이익은 지배주주 한쪽에 돌아갔습니다. 같은 회사의 주식을 가진 일반주주에게는 같은 가격에 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개정안은 경영권 변동 과정에서 일반주주에게도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에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보장하려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지배주주가 프리미엄을 독식해온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여야 정책위가 합의한 법안이었지만, 표결은 이견 없이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표결에서 기권했습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선택으로 우려를 남긴 것입니다. 제도의 취지에 대한 합의와, 제도가 시장에서 만들어낼 결과에 대한 판단이 같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조정훈 의원은 기권 이유로 인수 비용 문제를 들었습니다. "경영권 방어에 지금보다 과도한 자본이 필요해진다"는 것이 첫 번째 지적이었습니다. 이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사모펀드에 비해 규모가 엄청난 글로벌 자본들만 국내 인수·합병에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주식을 사들일 자금을 갖춘 쪽만 경영권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입니다. 일반주주 보호라는 취지와, 인수 주체가 대규모 자본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같은 조항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확인해야 할 숫자는 두 개입니다. 내가 가진 상장사 주식에 최대주주 변경이 생길 때, 인수자가 취득한 지분이 25% 이상인지, 그리고 공개매수 대상이 발행주식의 50%+1주 이상인지입니다. 이 조건에 들어가면 일반주주도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 기회를 받게 됩니다. 지금까지 회사 주인이 바뀔 때 일반주주에게는 오지 않았던 제안입니다. 법안이 상임위를 넘어선 지금, 남은 절차와 시행 시점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