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짜리 화장품을 영국에서도 판다 영국 저가 패션 매장 프라이마크에서 한국산 시트 마스크 한 장이 0.75파운드, 약 1,400원에 팔립니다. 미국 저가 유통업체 파이브 빌로우는 온라인몰 뷰티 메뉴에서 'K뷰티'를 따로 떼어내 80여 개 상품을 진열했습니다. 국내에서 다이소가 열었던 5,000원 이하 화장품 시장이 이제 국내 대형마트와 해외 저가 유통망으로 동시에 번지고 있습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K뷰티가 저가 유통업체의 가격 경쟁력과 결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6년 9월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화장품 기업 엔프라니의 브랜드 홀리카홀리카와 함께 초저가 스킨케어 라인 '솔루시안 바이 홀리카홀리카' 5종을 내놓았습니다. 두 회사는 2014년 화장품 브랜드 '솔루시안'을 공동 개발한 뒤 엔프라니가 독자적으로 운영해왔는데, 12년 만에 다시 손을 잡은 셈입니다. 이마트는 2025년 4월 5,000원 이하 뷰티 상품을 처음 선보인 이후 품목을 계속 늘려, 2026년 8월 기준 28개 브랜드 120여 개 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초저가 뷰티 시장의 물꼬를 튼 곳은 다이소입니다. 2022년 네이처리퍼블릭과 전용 브랜드 '식물원'을 내놓고, 이듬해 VT코스메틱의 '리들샷'을 들여왔습니다. 리들샷이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팔리자 다이소는 뷰티 브랜드 입점을 본격적으로 늘렸습니다. 그 결과 다이소의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2023년 전년 대비 85%, 2024년 144%, 2025년 70% 늘었습니다. 한 채널에서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훌쩍 넘긴 증가율이 나온 뒤, 다른 유통업체들이 같은 진열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통업체가 저가 K뷰티를 늘리는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됩니다. 유행하는 상품을 남들과 다른 가격으로 보여줄 수 있고, 화장품은 다 쓰면 다시 사야 하는 상품이라 고객을 매장으로 반복해 불러들이기 좋다는 점입니다. 가격을 낮추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유통업체가 직접 기획해 파는 자체 브랜드 형태로, 화장품 기업의 개발·제조 능력을 빌려옵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브랜드사와의 협업으로 초저가임에도 품질이 우수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자체 유통 경쟁력과 브랜드사의 개발·제조 노하우를 결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값을 내리면 매출이 줄어들 것 같지만, 집계는 반대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이마트가 LG생활건강과 공동 개발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18종은 누적 판매량 20만 개를 넘겼고, 이마트의 스킨케어 매출은 2026년 1~8월 전년 동기 대비 26.6% 늘었습니다. 다만 성장 속도 자체는 완만해지고 있습니다. 다이소 뷰티 매출 증가율은 2024년 144%에서 2025년 70%, 2026년 1~8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0%로 낮아졌습니다. 시장이 커진 만큼 비교 기준이 높아진 구간에 들어선 것입니다.
해외에서도 같은 장면이 잡힙니다. 프라이마크는 자체 뷰티 브랜드 'PS…'로 한국에서 생산한 모이스처라이저와 시트 마스크를 0.75~5파운드(약 1,400~9,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초에는 K뷰티 전문 유통업체 퓨어서울과 함께 네오팜·셀퓨전씨·성분에디터·더샘 등 국내 기업의 세컨드 브랜드를 모은 'K-뷰티 미니 마트'를 열었습니다. 가격은 대체로 10파운드 이하입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같은 백화점에서 미국 세포라·얼타뷰티를 거쳐 저가 유통망까지 K뷰티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마트나 생활용품점 진열대에 놓인 5,000원 이하 화장품 상당수는 이름 없는 제조사 제품이 아니라, LG생활건강·엔프라니·네이처리퍼블릭 같은 기업이 유통업체와 함께 만든 상품입니다. 뒷면 제조사 표기를 확인하면 어느 브랜드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프라이마크의 K-뷰티 미니 마트에 들어간 브랜드 중 일부는 다이소에도 입점해 있습니다. 영국 매장에서 1,400원에 팔리는 그 시트 마스크가, 집 앞 매장 진열대에도 놓여 있다는 뜻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