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중순, 뉴욕 맨해튼입니다.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별도 부스도, 배정된 자리도 없이 남의 행사장에 들어섭니다. 현지 한인 창업가들이 모이는 자리에 끼어들어 코스닥 상장을 권하는 일정입니다. 올해만 두 번째 출국입니다. 그리고 이번 설명회 명단에는 그동안 거래소가 주로 찾아다녔던 바이오 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9월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부는 다음 달 중순 뉴욕 맨해튼에서 현지 한인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공개 설명회를 엽니다. 기업공개는 회사 주식을 증시에 올려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절차입니다. 방식이 특이합니다. 거래소가 직접 행사를 열지 않습니다.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KOOM WEEK 2026'에 일부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부스나 별도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동행은 삼성증권입니다. 삼성증권은 테라뷰, 인제니아테라퓨틱스 등 영국·미국 기업의 상장 주관 이력이 최근 부각된 곳입니다.
거래소는 올해 상반기에도 미국 샌디에이고를 찾았습니다. 'BIO USA 2026'에 참석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코스닥 상장 유치를 추진했습니다. 당시 동행 규모가 컸습니다.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미국 현지법인, 한국투자파트너스, 법무법인 화우, 삼일PwC가 함께 움직였습니다. 달라진 것은 참석자의 급입니다. 매년 열려온 행사에는 그동안 부서장급이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올해는 증권사 부사장과 대표이사 등 수뇌부까지 나섰습니다. 이번 뉴욕 일정은 9월 28일 시작되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에 맞춰 해외 기업에 코스닥 시장과 국내 상장의 이점을 알리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KOOM WEEK를 주최하는 곳은 UKF(United Korean Founders)입니다. 뉴욕 최대의 한인 창업가·투자자 비영리 네트워크입니다. 이 행사는 미국에 진출한 스타트업을 글로벌 투자 기관과 연결하는 장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거래소가 새 자리를 만드는 대신 이 행사에 얹혀 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미 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한인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을 설명할 대상을 따로 모을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거래소의 해외 상장 유치는 바이오 기업이 주요 타깃이었습니다. BIO USA 참석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뉴욕 기업설명회의 주요 대상은 뷰티, 식음료, 부동산에 종사하는 한인 기업들입니다. 바이오가 아닌 분야에서도 코스닥 상장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입니다. 인공지능 등 비바이오 기업의 관심이 확인되면서, 거래소의 세일즈 노력이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이번 행사 참석사 중에는 상장 절차를 이미 밟고 있는 곳이 섞여 있습니다. 뷰티 브랜드 '누니(Nooni)' 운영사 미미박스는 2년 전 삼성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입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UKF의 오랜 파트너로 행사 전시 부스 시공을 맡은 빌드블록은 지난달 신한투자증권과 주관 계약을 맺고 코스닥 상장을 검토 중입니다. 행사 밖에도 사례가 있습니다. 뉴욕 증시 상장사이자 2차전지용 에너지저장장치를 개발하는 에너지볼트는 코스닥 교차 상장을 위해 거래소와 회계·법무법인을 수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엔비디아로부터 1,000억 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한 딥테크 기업 포인투테크놀로지도 주관사 삼성증권과 기업공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관사 계약'과 '상장'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미미박스는 2년 전 주관사를 정했지만 여전히 추진 단계입니다. 빌드블록은 검토 중, 에너지볼트와 포인투테크놀로지는 논의 중입니다. 기업 소식을 읽을 때 주관사 선정, 검토, 논의라는 단어를 구분해 보면 실제 진행 정도가 드러납니다. 코스닥 상장 절차와 요건을 확인하려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부가 담당 창구입니다. 10월 중순 맨해튼의 그 행사장에서 오간 이야기가 실제 상장으로 이어지는지는, 각 기업의 다음 단계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