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북미 AI 수장이 로봇 연구자로 바뀌었다 스탠퍼드대 비전러닝연구소장이 삼성전자 부사장이 됐습니다. 컴퓨터 비전과 로봇 제어를 연구해 학술지에 논문 100편 이상을 발표한 사람입니다. 그가 앉은 자리는 2년 전까지 애플 음성 비서 '시리'를 만든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입니다. 삼성전자 북미 AI 연구의 무게중심이 말하는 AI에서 움직이는 AI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삼성리서치 북미AI센터장으로 후안 카를로스 니에블레스 미국 스탠퍼드대 비전러닝연구소장 겸 컴퓨터과학과 겸임교수를 선임했습니다. 삼성리서치는 제품화 이전 단계의 기술을 미리 연구하는 삼성전자의 선행 연구개발 조직입니다. 니에블레스 센터장은 이 조직에 부사장급으로 합류했습니다. 스탠퍼드·도요타 AI연구소 부연구소장과 세일즈포스 AI연구소장을 거친 이력입니다.
북미AI센터는 2024년 실리콘밸리에 신설된 조직입니다. 미국 마운틴뷰AI센터와 캐나다 토론토AI센터를 총괄하는 상위 조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2년간 애플 시리 개발 책임자 출신인 무라트 아크바칵 초대 센터장이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2년 전 삼성전자가 첫 AI폰을 내놓을 때는 시리 개발 노하우를 활용한 '빅스비' 같은 AI 에이전트 연구가 중요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른 피지컬 AI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리더십 개편이 필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니에블레스 센터장의 연구 분야는 컴퓨터 비전과 멀티모달, 로봇 제어입니다. 기계가 주변을 보고 판단해 실제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 이른바 피지컬 AI 영역입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와 제조 AI, 웨어러블 AI 기기 등 피지컬 AI 신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면 속 답변이 아니라, 공장과 몸에 붙는 기기가 대상입니다.
삼성전자가 북미에서 피지컬 AI 연구를 강화하는 것은 같은 사업에 뛰어든 현지 빅테크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니에블레스 센터장이 산업계와 학계를 오가며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미 빅테크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역할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인선은 한 자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북미AI센터 산하 토론토AI센터장 역시 피지컬 AI 전문성을 핵심 조건으로 내걸고 새 책임자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조직 개편 이전에도 협력은 진행 중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연산 전용 설비인 AI 팩토리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글과는 지난해 AI 로봇 '볼리'에 이어 올해 AI 글래스 신제품에도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며 멀티모달 분야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방향 전환은 이미 나와 있는 제품 라인과 맞물려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로봇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졌습니다. 삼성전자는 7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속으로 로봇 전담 조직인 '로보틱스(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습니다. 특히 윤장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RX사업추진실의 하드웨어개발팀장과 AI 소프트웨어개발팀장을 겸임하도록 했습니다. 휴머노이드의 본체와 두뇌 개발을 한 축에서 지휘해 사업화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흐름은 조직도보다 제품에서 먼저 확인됩니다. 삼성전자가 다음에 내놓는 AI 글래스와 가정용 로봇이 어떤 기능을 들고 나오는지, 그리고 토론토AI센터장 자리에 어떤 이력의 인물이 오는지가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2년 전 북미 연구 조직의 수장이 음성 비서 전문가였을 때 삼성전자의 대표 AI 기능은 휴대폰 속 비서였습니다. 지금 그 자리에는 로봇의 눈과 손을 연구한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