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53조 늘었는데, 적자는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정부와 공기업이 거둔 돈은 1,192조 1,000억 원이었습니다. 1년 전보다 53조 원 늘어난 금액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쓴 돈은 1,275조 2,000억 원, 67조 원이 늘었습니다. 수입이 크게 늘어난 해에 적자도 가장 컸습니다.
한국은행이 2026년 9월 18일 발표한 '2025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 따르면, 2025년 공공부문 수지는 83조 1,000억 원 적자로 집계됐습니다. 공공부문계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민연금·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기금, 그리고 공기업의 수입과 지출을 모두 합쳐 계산한 통계입니다. 전년 69조 1,000억 원 적자에서 적자 폭이 14조 원 더 커졌습니다.
이 통계는 2007년부터 작성됐습니다. 지난해 적자는 그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부문 수지 비율은 -3.1%였습니다. 공기업을 뺀 일반정부만 보면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4.4%보다 적자 폭이 작은 수준이었습니다. 국제 비교로는 양호하지만, 국내 기준으로는 전례 없는 해였습니다.
총지출은 전년보다 67조 원(5.5%) 늘어 수입 증가액을 14조 원 웃돌았습니다. 민생회복소비쿠폰을 포함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으로, 정부가 가계·기업에 대가 없이 지급한 기타경상이전 지출이 18조 4,000억 원 늘었습니다. 건강보험 급여비 등이 포함된 최종소비지출도 21조 7,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한은은 적극적인 재정 집행,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준비, 의료 정상화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비 증가를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부문별로 보면 방향이 갈렸습니다. 중앙정부 적자는 83조 8,000억 원에서 90조 1,000억 원으로 늘어, 처음으로 90조 원 선을 넘어섰습니다. 반대로 지방정부 적자는 15조 5,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한은은 중앙정부가 지방에 내려보내는 교부금이 늘어난 영향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돈이 이동한 셈입니다.
사회보장기금은 여전히 흑자였지만 규모가 줄었습니다. 고령화로 사회수혜금 지출이 늘면서 흑자가 41조 8,000억 원에서 32조 원으로 축소됐습니다. 비금융공기업은 공공주택 건설과 도시 개발 확대로 투자 지출이 늘어 적자가 22조 1,000억 원으로 커졌습니다. 금융공기업은 금리 하락으로 이자수익이 줄면서, 5조 1,000억 원 흑자에서 9,000억 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이현영 한은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올해부터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2026년에는 적자 폭이 줄어들고 2027년에는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보험료율 인상도 수지 개선에 긍정적일 것으로 봤습니다.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은 최근 주요국의 높은 공공부채가 국가 위험 프리미엄과 물가 상승 기대를 높여 거시금융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적자가 줄어드는 경로로 한은이 제시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 그리고 국민연금·건강보험 보험료율 인상입니다. 뒤쪽은 매달 급여명세서에 찍히는 항목입니다. 이번 수치는 확정치가 아닌 잠정치여서 이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수입이 53조 원 늘어도 적자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지난해가 남긴 기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