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의 95%가 한국 밖에서 나옵니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의 지난해 2분기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은 95%였습니다. 국내에서 나온 매출은 20분의 1 수준입니다. 이 회사의 AI 솔루션은 전 세계 70여 개국, 1만 개 이상의 의료기관에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지만, 실제 사업은 대부분 국경 밖에서 굴러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루닛은 18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세계 최고 헬스테크 기업 2026'에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헬스테크는 의료와 기술을 결합한 산업 분야를 말합니다. 올해 명단에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500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평가 대상은 AI 및 데이터 분석, 진단, 의료정보 및 관리, 의료기기 및 웨어러블, 예방, 원격의료 및 치료 등 6개 분야였습니다. 루닛이 선정된 곳은 이 가운데 진단 분야입니다. 의료영상을 분석하거나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해 모니터링하는 등, 질환의 평가와 진단을 돕는 디지털 솔루션 기업이 대상입니다.
루닛의 사업 축은 암 진단입니다.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제품군을 기반으로 글로벌 의료영상·진단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 솔루션은 현재 암을 발견하는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치료로 이어지는 의료 전주기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진을 판독하는 보조 도구에서 출발해, 진단 이후 과정까지 발을 넓혀 온 셈입니다.
해외 매출이 95%까지 올라온 배경에는 두 갈래 판매 구조가 있습니다. 하나는 직접 판매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자회사 루닛 인터내셔널(구 볼파라)을 통해 직접 파는 역량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파트너십입니다. GE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과 손을 잡고 시장 접점을 늘려 왔습니다. 병원이 이미 쓰고 있는 촬영 장비 위에 소프트웨어를 얹는 방식이라, 새 기기를 들여놓지 않아도 접점이 생깁니다.
다만 이번 선정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타임이 쓴 평가 지표는 세 가지입니다. 기업별 재무성과, 평판 분석, 그리고 온라인 참여도입니다. 임상에서의 판독 정확도나 진단 성능을 직접 검증해 매긴 순위가 아닙니다. 또 이 명단은 500개 기업을 함께 호명한 목록으로, 순위를 매겨 1위를 가린 구조도 아닙니다. 사업 규모와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종합한 결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선정은 루닛이 그동안 글로벌 의료 현장에서 쌓아온 사업 경쟁력과 신뢰도를 보여준 성과"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글로벌 사업 역량을 한층 강화해 더 많은 의료진과 환자가 AI를 통한 의료 혁신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회사 측 평가라는 점을 전제로 두고 보면, 이번 선정을 기술 인증보다 사업 실적의 확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 때, 그 영상을 사람만 봤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루닛의 AI 솔루션 하나만 해도 70여 개국 1만 개 이상 의료기관에 들어가 있습니다. 촬영 장비를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얹는 방식이어서, 겉으로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 병원에서도 쓰일 수 있습니다. 내가 받은 영상 검사의 판독 과정이 궁금하다면, 검진 기관에 AI 분석 소프트웨어를 쓰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매출의 95%가 국경 밖에서 나오는 회사의 제품이, 이미 국경 안팎의 진료실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