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됐다던 대미 투자, 다시 협상 중입니다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 다시 이야기를 하는 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대미 투자 협상을 두고 한 말입니다. 마무리 단계라고 알려졌던 협상이 다시 테이블로 돌아간 셈입니다. 같은 회견에서 대통령은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서도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루 사이에 경제와 안보, 두 개의 대미 현안이 함께 흔들린 회견이었습니다.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 협상 조건 중 하나인 '상업적 합리성'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투자 프로젝트가 수익이 날 만한 사업인지를 따지는 기준입니다. 대통령은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하니까 그게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큰 틀의 합의는 있었지만, 개별 사업의 수익성을 계산하는 단계에서 이견이 드러났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막바지 검토와 재협의 국면에 들어간 것입니다.
바로 전날인 17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미 간 이견이 있다기보다 국내 절차적인 문제를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협상 내용이 아니라 국내 절차를 다듬는 단계라는 뜻입니다. 하루 뒤 대통령의 설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내용 자체에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절차 정비와 내용 재검토는 협상에서 무게가 다른 말입니다.
투자 협상은 보통 총액과 방향을 먼저 정하고, 개별 사업을 나중에 붙입니다. 총론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조건이 각론에서 튀어나오는 구조입니다.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조건도 구체적인 사업을 놓고 계산하기 시작하자 쟁점이 됐습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해 이 대통령은 "기업의 의견을 존중하며 대한민국의 국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합리적 결론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기업의 채산성과 정부의 국익 계산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이 대통령은 참전형 파병을 부인하면서도 "다른 국가들이 하는 것처럼 자국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청해부대가 파견돼 국민 안전 위협에 대응하고 있고, 이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고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에서 활동 중인 해군 부대를 활용하는 쪽을 시사한 것입니다. 새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가 있는 부대의 임무를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두진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전투 인원을 보냈다가 혹여 사상자가 발생하면 지지율 하락, 당내 분란 격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호르무즈 이슈가 우리나라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기여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조건과 환경에 기초해 보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압박은 이미 겉으로 드러난 상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미 투자 협의가 지연되는 가운데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반면 국내 절차는 멈춰 있습니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에서 귀국한 국방부 현지조사단의 보고서를 검토할 예정이었지만,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취소돼 아직 논의하지 못했습니다. 파병 반대 여론에 국회 동의 절차까지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개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다시 열릴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UAE 현지조사단 보고서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다른 하나는 청해부대 임무 조정이 국회 동의 절차를 통과하는지입니다. 두 절차를 지나지 않으면 "최소한의 활동"도 실행 단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미북 대화에 대해 이 대통령은 "패싱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며 "대화가 진전되는 초기에는 우리가 좀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지만 북미 관계 진전과 북미 협력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합의됐다던 투자도, 없다던 파병도 아직 문장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다시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는 말이 이 회견의 결론에 가장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