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를 낼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입니다. 2026년 10월 8일, 그날 하루가 지나면 접수는 닫힙니다. 그 하루를 놓고 10개 자리와 350억 원이 걸려 있습니다. 그중 절반은 지금까지 이런 자리에 지원하기조차 어려웠던 곳들을 위한 몫입니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18일 'IBK 생산적금융펀드 1호' 사업 선정 계획을 공고했다고 밝혔습니다. IBK기업은행의 'IBK 생산적금융펀드' 재원을 바탕으로, 10개 운용사에 350억 원 이내의 자금을 출자하는 사업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자금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운용사 규모에 따라 사업을 둘로 나눴습니다. 5개 사에 각각 20억 원씩 배정하는 소형리그, 그리고 5개 사에 각각 50억 원씩 배정하는 중형리그입니다. 한 덩어리로 큰돈을 몰아주지 않고, 작은 단위로 쪼개 문을 여러 개 만든 구조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변화가 분명해집니다. 한국성장금융은 지난해 'IBK 혁신성장펀드 3호'를 기반으로 285억 원 규모의 출자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당시에는 6개 운용사에 각각 45억~50억 원씩 배정했습니다. 사실상 지금의 중형리그 하나만 있었던 셈입니다. 올해는 출자 규모가 285억 원에서 350억 원으로 늘었고, 선정 운용사도 6곳에서 10곳으로 늘었습니다. 금액 증가폭보다 자리 수 증가폭이 큽니다. 20억 원짜리 소형리그가 새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 돈은 조건 없이 주는 자금이 아닙니다. 선정된 운용사는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출자받은 금액 이상을 중소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20억 원을 받은 곳은 최소 20억 원 이상을 중소기업에 넣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출자금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의 투자·운영 재원으로 흘러가게 되는 구조입니다. 재원을 댄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국책은행, 즉 정부 정책 목적을 위해 세운 은행입니다. 기업은행은 이런 성격을 살리기 위해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늘려 왔습니다.
정책 자금에 뽑히면 끝이 아닙니다. 모태펀드처럼 정부가 재원을 대는 정책 출자 사업에 선정되고도, 뒤이어 돈을 넣어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펀드 결성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운용사들이 있습니다. 이번 사업도 시간 제약이 있습니다. 선정된 운용사는 선정 후 3개월 이내에 펀드를 결성해야 합니다. 제안하는 펀드 규모는 100억 원 이상 900억 원 이하로 제한됩니다. 20억 원을 받는 소형리그 운용사도 최소 1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책 출자 사업 심사에서 늘 발목을 잡는 것이 트랙 레코드입니다. 트랙 레코드는 운용사가 과거에 실제로 수행한 투자·운용 실적의 이력을 뜻하며, 심사의 주요 평가 기준으로 쓰입니다. 문제는 이력이 없으면 뽑히지 않고, 뽑히지 않으면 이력이 쌓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50억 원 이하 소형리그를 신설한 것은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투자 이력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신생 운용사에 기회를 준 셈입니다. 후속 출자자를 구하지 못해 결성에 애를 먹던 운용사들에게 이번 출자 사업이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날짜입니다. 제안서 접수는 2026년 10월 8일 하루 동안만 진행됩니다. 심사 결과는 11월 중 발표되고, 선정된 뒤에는 3개월 안에 펀드를 결성해야 합니다. 즉 지원을 검토하는 운용사라면 접수 하루를 맞추는 것과, 100억 원 이상 펀드를 실제로 채울 계획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일정입니다. 자세한 선정 계획과 요건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공고한 사업 선정 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루짜리 접수 창구 뒤에, 20억 원 리그 5자리가 새로 놓여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