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정책금리를 인상하겠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8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하지만 같은 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7엔대까지 밀렸습니다. 금리를 올렸는데 통화 가치는 더 떨어진 셈입니다. 시장이 그의 말을 충분히 강한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유도 목표를 기존 1.0% 정도에서 1.25% 정도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습니다. 기준금리는 무담보 콜금리 익일물, 즉 금융기관끼리 하룻밤 단위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초단기 금리입니다. 1.25%는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이번 인상으로 일본 정책금리는 일본은행이 자체 추정한 중립금리 범위인 1.1~2.5% 안에 처음 들어섰습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식히지도 않는다고 보는 금리 수준입니다.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끝낸 뒤 대체로 반년에 한 차례씩 금리를 올려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인상은 직전인 2026년 6월 회의 이후 불과 3개월 만입니다. 우에다 총재 취임 후 여섯 번째 인상인 이번 조치는 1990년 이후 가장 짧은 인상 간격으로 분석됩니다. 우에다 총재는 회견에서 "지금까지 정책 초점은 2%를 밑돌던 기조적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는 데 있었다"며 "이제 2%에 가까워지고 있고, 우리의 정책 국면은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긴축 속도를 앞당긴 배경에는 물가 경계가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재개되며 국제유가가 다시 올랐고, 인공지능 투자 수요 확대도 물가를 자극할 요인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외환시장의 가파른 엔화 약세가 겹칩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물건을 들여올 때 더 많은 엔을 내야 하므로 수입 물가가 오릅니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 엔화 약세를 막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긴축 고삐를 죄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힙니다. 유럽중앙은행이 10일 금리를 올렸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16일 3년 만에 긴축 기조로 돌아섰습니다. 일본이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미일 금리 격차가 벌어져 엔화 하락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인상으로 일본은행과 연준, 유럽중앙은행이 같은 달에 모두 금리를 올린 사상 첫 사례가 만들어졌다"고 짚었습니다.
그런데 시장 반응은 반대였습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7엔대까지 약세를 보였습니다. 우에다 총재가 인상 방침을 재확인하고,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까지 열어뒀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는 특정한 인상 간격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면서, 빅스텝에 대해서는 "물가 상황에 따라 특정한 방식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우에다 총재가 매파·비둘기파 신호를 함께 내놨지만 외환시장은 현시점에서 그의 발언을 충분히 매파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명한 정책위원 2명은 이날 경기 악화 우려를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6월 인상 당시 반대 위원이 1명이었던 것에 비해 한 명 늘었습니다. 우에다 총재도 속도 조절을 시사했습니다. 그는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금융 여건은 점점 더 완화적이지 않게 되고 있다"며 "너무 급격하게 인상해 금융 여건이 지나치게 경색되거나 자산 가격에 큰 변동을 일으키는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인상이 국내 투자자에게 의미를 갖는 지점은 엔캐리 트레이드입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그동안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 같은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해왔습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이 거래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엔화 변동폭이 커지면서 글로벌 위험자산 변동성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다만 연준 역시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만큼, 미국과 일본 사이에 대규모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결국 지켜볼 것은 금리 숫자 하나가 아니라 157엔에서 움직이는 환율과 반대표 2명이라는 내부 온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