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완제품, 노조가 갈라섰습니다 2만 7,618명이 찬성했습니다. 규약 한 줄을 고치는 안건이었습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소속 근로자만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이 문장이 통과되면서, 완제품 부문(DX) 소속 조합원들은 자기 노조에서 탈퇴 처리될 전망입니다. 노조가 조합원을 내보내는 결정을, 조합원 투표로 했습니다.
2026년 9월 19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공고한 '2026년 5차 총회 결과'에 따르면, DS부문 소속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약 개정안이 찬성 96.3%로 가결됐습니다. 전체 선거인 5만 1,350명 가운데 2만 8,680명이 투표했고, 이 중 2만 7,618명이 찬성했습니다. 초기업노조는 하나의 회사 울타리를 넘어 여러 부문 직원이 함께 가입할 수 있게 만든 노조입니다. 그 '함께'의 범위를 스스로 좁힌 셈입니다. 같은 총회에서 DX 출신 지도부 불신임안도 통과됐습니다. 이송이 부위원장은 찬성 95.7%, 이원일 광주지회장은 찬성 96.2%였습니다.
이 결과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지난 5월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DX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했습니다. 그만큼 초기업노조 안에서 DS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습니다. 이후 최승호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DS 중심 조직 재편이 본격화됐고, DX 소속 지도부와의 충돌이 격화됐습니다. 9월 18일에는 삼성전자 전사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최 위원장을 포함해 초기업노조가 추천한 DS부문 후보 5명이 평택·기흥·DSR·화성·천안·온양 5개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됐습니다. 그 다음 날 규약 개정 결과가 공고됐습니다.
갈등의 출발점은 돈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데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그 재원을 전사 차원에서 모아 통합 분배할지였습니다. 초기업노조는 이 문제를 두고 다른 노조들과 이견을 드러냈습니다. 반도체와 완제품은 실적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재원을 합칠지 나눌지가 개별 조합원의 통장 금액을 바꿉니다. 이후 초기업노조는 내년 교섭에서 다른 노조와의 공동교섭을 고려하지 않고 DS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성과급 합의가 나온 뒤에 갈등이 잦아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도부 문제로 옮겨갔습니다. 초기업노조는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이 최 위원장의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의 거래 사실 등을 외부에 제보했고, DS 중심 재편을 막기 위해 최 위원장 퇴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이 부위원장은 노조 회계자료를 공개하며, 노조 카드 결제에서 생긴 마일리지와 포인트가 최 위원장 개인에게 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조트 회원권과 백화점 물품 구매 과정의 포인트 적립·사용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최 위원장은 장인 업체와의 계약에 대해 여러 업체의 가격과 품질, 납품 일정을 비교해 결정했으며 개인적인 금전 이득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양측 주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DX부문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에서도 내부 갈등이 번지고 있습니다. 일부 운영위원과 대의원들은 위원장 권한대행이 운영위원회 권한을 무력화하고 노조 규약을 위반했다며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시정명령을 요청했습니다. 동행노조는 9월 21일부터 28일까지 차기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선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 구성과 선거관리 규정 제정 안건이 대의원회의에서 부결됐는데도 집행부가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쟁점입니다. 이들은 정식 대의원대회 재소집과 안건 재의결, 운영위원회 안건 심의를 노동부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반대로 DS부문에서는 초기업노조의 조직 장악력이 한층 강해지는 모습입니다.
규약이 바뀌면 조합원 본인이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도 소속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DX부문 소속 조합원은 이번 규약 개정에 따라 탈퇴 처리될 전망입니다. 내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부문별로 나뉘어 진행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어느 노조 소속으로 정리되는지, 그리고 그 노조가 내년 교섭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는 각 노조의 공고와 총회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조 운영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관할 고용노동부 지청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동행노조 조합원들이 실제로 택한 방법입니다. 2만 7,618명이 찬성한 한 줄은, 그 한 줄이 바꾸는 사람들의 목록부터 먼저 정해 놓았습니다.
삼성전자 전사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 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