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원 싸도, 고칠 곳이 걱정입니다 한 달 동안 팔린 차가 33대입니다. 어코드 11대, CR-V 20대, 파일럿 2대. 최대 600만 원을 깎아주는 프로모션이 진행되던 달의 성적입니다. 100대를 한정 물량으로 걸었는데, 3분의 1만 주인을 찾았습니다. 올해 12월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를 접는 혼다의 이야기입니다.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혼다의 국내 판매 대수는 총 33대였습니다. 차종별로는 어코드 11대, CR-V 20대, 파일럿 2대입니다. 혼다코리아는 철수를 앞두고 100대 한정으로 최대 600만 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소진된 물량은 33대, 비율로는 33%에 그친 것으로 파악됩니다. 남은 물량이 모두 팔릴 때까지 할인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기한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33대는 직전 달보다는 늘어난 숫자입니다. 지난 7월 혼다의 국내 판매량은 11대로, 역대 최저치였습니다. 할인이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결과가 월 33대라는 점이 현재 위치를 보여줍니다. 혼다코리아는 2004년 국내 자동차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12월 판매 종료까지 22년입니다. 회사는 자동차 판매를 접는 대신 모터사이클, 즉 오토바이 사업에 집중하는 형태로 사업 영역을 재편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걸리는 지점은 사후관리, 즉 AS입니다. 혼다코리아는 신차 판매를 중단하더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8년간 AS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문제는 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격입니다. 부품 조달이 늦어지면 수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신차가 팔리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진 서비스센터가 하나둘 문을 닫으면, 정비를 받으러 먼 곳까지 다녀야 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숙련된 정비 인력이 다른 브랜드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불안도 함께 거론됩니다. 차를 싸게 사도 고칠 곳이 걱정이라는 계산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가격을 내렸는데도 지갑이 열리지 않는 또 하나의 배경은 상품 경쟁력입니다. 혼다의 주력은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한때 일본차는 이 기술을 앞세워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판도는 바뀌었습니다.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전 차급으로 확장하고 기술 수준도 끌어올리면서, 하이브리드만으로는 차별점이 되기 어려워졌습니다. 친환경차 수요가 테슬라 등 순수 전기차로 옮겨가는 흐름도 하이브리드 의존도가 높은 혼다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철수를 앞둔 대규모 할인은 기존 차주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신차 가격이 내려가면 같은 모델 중고차 값도 함께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선례가 있습니다. 닛산·인피니티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당시, 파격적인 재고 할인이 시작되자 시세 급락을 우려한 기존 차주들의 매도 문의가 평소보다 2~3배로 늘었습니다. 당시 할인 폭은 차종별로 1,000만 원을 넘었습니다. 대표 모델 알티마는 2,990만 원에서 1,990만 원으로, 맥시마는 4,630만 원에서 3,330만 원으로 조정됐습니다. 브랜드 입장의 재고 정리와 차주 입장의 자산 가치 하락이 같은 사건의 양면입니다.
할인 폭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구간이라는 점입니다. 법령에 따른 8년 AS 방침은 회사가 공개한 내용이지만, 집 근처 서비스센터가 그 기간 유지될지, 부품이 제때 들어올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구매를 검토한다면 계약 전에 이용할 서비스센터의 위치와 운영 계획, 부품 공급 조건을 판매사에 직접 확인해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혼다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신차 할인 폭이 중고 시세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입차 브랜드별 월간 판매 통계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매달 공개합니다. 한 달에 33대. 이 숫자는 차가 싸지 않아서 생긴 결과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