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판 주문량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두께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얇게 깎인 D램 웨이퍼 아래에, 얇은 유리판 한 장이 임시로 붙습니다. 공정이 끝나면 떼어내 세척한 뒤 다시 씁니다. 삼성전자가 이 유리판의 외주 세정 물량을 내년 월 5만 장까지 늘립니다. 반도체 공장의 생산 계획은 완제품 발표보다 이런 자재 발주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2026년 9월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글라스 캐리어의 외주 세정 물량을 올해 월 2만 장에서 내년 월 5만 장까지 늘립니다. 2.5배입니다. 글라스 캐리어는 HBM용 D램 웨이퍼를 얇게 깎고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웨이퍼가 휘거나 깨지지 않도록 아래쪽에 임시로 붙이는 유리 소재 지지체입니다. 쓰고 버리는 부품이 아니라 세정을 거쳐 반복 사용합니다. 그래서 세정 물량은 공장이 실제로 돌리려는 웨이퍼 양을 따라 움직입니다.
이 물량이 갑자기 튀어오른 것은 아닙니다. 글라스 캐리어 수요량은 지난해만 해도 월 1만 장 수준이었습니다. 올해는 월 2만 장으로 전년 대비 2배가 됐고, 내년에는 월 5만 장으로 올해 대비 2.5배가 됩니다. 2년에 걸쳐 5배로 늘어나는 흐름입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제품 단계도 밀어올렸습니다. 올해 2월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4나노 공정 베이스다이를 적용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고, 5월에는 7세대인 HBM4E의 12단 샘플을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제공했습니다.
HBM은 고대역폭메모리, 즉 D램 여러 장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를 넓힌 메모리입니다. 정해진 두께 안에 더 많은 장수를 넣어야 하니, 한 장 한 장을 더 얇게 깎아야 합니다. 얇아진 웨이퍼는 잘 휘고 잘 깨집니다. 쌓는 단수가 높아질수록 얇게 만드는 기술과 휨을 잡아주는 공정이 중요해지고, 그 휨을 받쳐주는 것이 글라스 캐리어입니다. 삼성전자가 생산 확대를 준비하는 HBM4와 HBM4E는 12단 이상 고적층 제품이 중심입니다. 유리판 수요가 먼저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숫자가 어긋나 보이는 지점이 있습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HBM 생산 규모가 월평균 웨이퍼 투입량 기준 올해 약 18만 장에서 내년 약 25만 장으로, 4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전체 생산능력은 40% 증가인데, HBM4 계열 생산량은 최소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됩니다. 비중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HBM4 계열 출하 비중은 올해 40% 안팎에서 내년 약 8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라인이 커지는 동시에, 라인 안에서 만드는 제품이 교체되는 셈입니다.
다만 유리판이 2.5배가 되면 생산량도 2.5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글라스 캐리어는 세정 후 반복 사용되고, 공정별 투입 방식과 수율에 따라 사용량이 달라집니다. 업계가 "최소 2배 이상"이라는 하한선 형태로 말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HBM 생산을 늘려가면서 고부가 제품인 HBM4를 중심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가 생산량 목표를 공식 발표한 것이 아니라, 자재 발주 규모를 근거로 업계가 읽어낸 방향이라는 점은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회사의 다음 해 계획은 신제품 발표회보다 공정 자재 발주에서 먼저 보입니다. 글라스 캐리어 세정 물량, 웨이퍼 투입량 같은 지표는 완제품 출하 수치보다 몇 달 앞서 움직입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내년 월 5만 장이라는 세정 물량이 실제로 집행되는지, 그리고 HBM4E 양산이 계획대로 본격화해 HBM4 계열 비중이 80%에 닿는지입니다. 지금 나온 40%, 80%라는 숫자는 모두 업계 전망치입니다. 공정이 끝나면 떼어내 씻어 다시 쓰는 유리판의 숫자가, 그 전망이 맞았는지를 가장 먼저 알려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