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IBK투자증권 임시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 두 건이 모두 부결됐습니다. 최대주주 IBK기업은행이 쥔 지분은 87.8%였습니다. 반대표는 전체 발행주식의 4.8%, 603만 주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찬성표는 그보다 낮은 4% 초반대였습니다.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라, 올해 7월부터 바뀐 규칙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20일 투자은행 업계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른바 '합산 3%룰'이 본격 시행된 올해 7월 23일 이후 관련 주총을 연 기업은 14곳입니다. 이 중 12곳(85.7%)은 최대주주 측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숫자만 보면 지배력이 유지된 것처럼 읽힙니다. 다만 통과한 기업 다수는 현금배당을 늘리거나 신규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의하는 등 주주환원을 대폭 강화한 뒤에 표를 얻었습니다. 감사위원 선임이 무산된 곳은 고려아연과 IBK투자증권 2곳입니다.
첫 적용 사례로 꼽히는 아세아텍은 이달 4일 임시 주총을 일주일 앞두고 시가배당률 2.7% 상당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시가배당률은 2.2%였으니 주주 환원 수준을 올린 것입니다. 주총 당일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중 65.2%가 찬성했습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35.1%였지만 의결권은 3%로 묶인 상태였습니다. 투자은행 업계는 지분 46.6%를 가진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했습니다. 같은 날 대림제지 주총이 열렸고, 열하루 뒤 IBK투자증권에서 부결이 나왔습니다.
합산 3%룰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3%까지만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지분이 35.1%든 87.8%든 이 안건에서는 3%로 같아집니다. 나머지 지분은 계산에서 빠지기 때문에, 안건의 가결 여부는 소액주주가 던지는 표에 달리게 됩니다. 고려아연에서는 여기에 분리 선출 방식이 겹쳤습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과 최윤범 회장 측이 각각 후보 1명을 추천했고, 특수목적법인 와이피씨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32.88%가 제한되면서 개인 지분 1.55%인 최 회장 측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대림제지는 견제를 막아낸 쪽입니다. 소액주주들은 기존 감사위원 3명의 해임과 신규 감사위원 선임을 추진하며 의결권 위임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19.7%를 모았습니다. 이에 이사회는 유통주식 수를 5배로 늘리는 주식 분할과 20억 원 상당의 자사주 취득을 약속했습니다. 주주제안 안건 찬성률은 30.9%에 그쳐 부결됐습니다. 안건은 지켰지만, 배당·자사주·주식 분할이라는 값을 먼저 치른 뒤였습니다. 85.7%라는 통과율을 방어 성공으로만 읽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IBK투자증권 소액주주들은 저조한 수익성과 주주가치 훼손을 지적하며 표를 결집했습니다. 사측의 주주가치 제고 계획 발표가 없으면 독자적인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둔 상태입니다. 재계는 내년 정기 주총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전자 주총이 의무화되면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대거 행사할 수 있고, 3%룰을 활용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 제안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기조에 따라 높여온 주주환원율을 추가로 상향하기는 쉽지 않다"며 "주요 의사결정·감사 기구를 방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는 지분율 순서가 그대로 표의 순서가 되지 않습니다. 보유 주식이 적어도 이 안건에서는 표의 무게가 달라지므로, 주총 소집 공고에 감사위원 선임이나 분리 선출이라는 표현이 있는지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공고와 의결 결과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종목명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전자 주총이 의무화되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87.8%가 4% 초반대에 그쳤던 그날의 결과는, 나머지 표가 어디로 갔는지에 따라 정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