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9월 20일 보도한 분석에 따르면,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1차 대상에 100개 이상 품목이 포함된 상장 제약사 30곳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5,607억 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36억 원보다 971억 원, 20.9% 늘어난 금액입니다. 반기보고서를 근거로 집계한 수치입니다. 사람과 설비도 같이 늘었습니다. 연구개발 인력은 3,196명에서 3,233명으로 37명(1.2%) 증가했고, 공장·장비 등 시설 투자와 직결되는 유형자산 취득액은 2,499억 2,000만 원에서 2,632억 3,000만 원으로 133억 1,000만 원(5.3%) 늘었습니다.
정부는 올 3월 약가제도를 개편했습니다. 핵심은 연구개발에 일정 비율 이상을 쓰는 회사에 약값을 우대해 주는 방향입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매출 규모에 따라 연구개발비 비율 7~9%, 준혁신형은 5~7% 이상을 충족해야 합니다. 기존 기준보다 강화된 수치입니다. 여기에 내년부터 제네릭, 즉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끝난 뒤 같은 성분으로 나온 복제약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적용 최고가가 단계적으로 내려갑니다. 값이 깎이는 일정과 연구비를 보는 기준이 같은 해에 겹쳐 놓인 셈입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 수익의 상당 부분은 제네릭에서 나왔습니다. 개발 비용이 신약보다 적게 들고,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매출이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상한금액이 내려가면 같은 물량을 팔아도 들어오는 돈이 줄어듭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기존 제네릭 의존도를 낮추고 약가 우대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R&D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자체 신약이나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없으면 인하분을 메울 방법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종근당입니다. 연구개발비를 지난해 상반기 83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135억 원으로 36.6% 늘렸습니다. 종근당은 2024년 혁신형 제약기업 명단에서 제외됐고, 지난해 10월에는 연구 대신 개발에 집중하는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첼라'를 세웠습니다. 한미약품은 1,061억 원에서 1,255억 원으로 18.3% 늘렸습니다.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상용화 등에 투자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동국제약은 연구개발비를 173억 원으로 16.1% 늘리면서, 전체 고용도 1,269명에서 1,362명으로 93명 늘려 조사 대상 30곳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했습니다.
같은 제도 변화를 앞두고 반대로 움직인 회사들이 있습니다. 환인제약은 연구개발비가 지난해 상반기 11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9억 원으로 31.3% 줄었습니다. 한국파마는 14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28.6% 감소했습니다. 대원제약은 15억 원(-6.1%), 경동제약은 5억 원(-8.2%) 줄었습니다. 금액 자체가 작아 보이지만, 이들은 애초에 연구개발 예산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닙니다. 약가 우대 기준을 맞추려면 매출의 5% 이상을 연구비로 써야 하는데, 수익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그 비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쪽부터 먼저 줄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약가 인하 하나를 두고 투자 전략이 '공격'과 '방어'로 갈라지는 모습입니다.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은 신약보다 개발비가 적게 들지만 생동성시험부터 허가, 생산·품질관리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된다"며 "약가 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지면 개발 단계부터 사업성을 따져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약값이 내려가는 효과와 별개로, 특정 성분의 복제약을 만들려던 계획 자체가 접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형사가 신약으로 옮겨 가고 중소사가 제네릭 개발을 줄이면, 같은 성분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내년부터 내려가는 것은 '건강보험이 인정하는 약값의 상한'입니다. 환자가 약국에서 내는 금액은 이 상한선을 기준으로 정해지므로, 장기간 같은 복제약을 먹고 있다면 내년 이후 조제 내역에서 금액 변화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복용하는 약이 바뀌었다는 안내를 받았을 때는 성분명이 같은지 처방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확인하면 됩니다. 올해 상반기 30개 제약사가 더 쓴 971억 원은 결국 내년 이후 나올 약의 목록을 바꾸는 돈입니다. 반대로 줄어든 연구비는, 만들어지지 않을 약의 목록을 만듭니다.
(2026년 9월 20일 보도, 상장 제약사 30곳 반기보고서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