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14명 체포, 계엄 선포 전 메모에 이미 적혀 있었다니요 ✍️ "포고령 위반자 최우선 검거, 군경 합동수사본부, 국회의원 등 주요 정치인 14명 체포."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손으로 적어둔 메모에 담긴 문구입니다. 재판부는 이 메모가 비상계엄 선포 후 실제로 벌어진 일과 대부분 일치한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일부 메모는 계엄 선포 이전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눈 뒤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 부장판사)는 2026년 9월 21일 전직 군 사령관들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을 열었습니다. 여 전 사령관에게 징역 18년,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습니다. 내란중요임무종사는 내란을 처음 계획한 사람 아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가담한 경우에 적용되는 혐의입니다. 여 전 사령관은 부하들에게 선관위 서버 확보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 출발점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입니다.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 병력이 투입됐고, 사령관 5명은 여기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날로부터 약 1년 9개월이 지난 2026년 9월 21일, 군 지휘부의 책임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셈입니다. 재판은 아직 1심 단계입니다.
재판부가 국헌문란 목적에 대한 인식을 인정한 근거는 두 가지였습니다. 사령관들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과 여러 차례 식사 모임을 갖고 비상조치 이야기를 들은 점, 그리고 계엄 전 각자 손으로 적은 메모의 내용이 실제 계엄 상황과 대체로 일치한 점입니다. 이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본회의장의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통화를 들은 전속부관의 진술이 부대원들 진술과 맞아떨어지고, 이 전 사령관에게 불리하게 말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 신빙성 근거가 됐습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징역 12년,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징역 10년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위법성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고 판단됐지만, 내란을 적극적으로 주도하지는 않은 점이 유리하게 고려됐습니다. 박 전 총장의 특전사·수방사 병력 투입 관련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였습니다. 계엄 선포를 언론으로 처음 확인했고, 병력 출동이 포고령 발령 이전에 이뤄졌다는 이유입니다. 이 전 사령관이 수방사 병력에 비무장을 지시하고 실제 물리력 행사가 없었던 점도 제한적으로만 반영됐습니다.
재판부는 총장과 사령관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채 특정 세력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양형 사유에는 위법한 지시로 동원된 군인과 경찰들이 내란 동조 세력으로 불리고 재판을 받으며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 점도 적혔습니다. 여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주요 인사를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고 선관위 서버를 탈취하는 등 내란 실행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했고, 일부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것은 부대원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한 결과일 뿐 본인 의지와 무관하다고 봤습니다. 이 전 사령관에게는 "지시를 하고도 부하의 책임으로 전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형량 차이를 가장 크게 벌린 변수는 태도였습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막는 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인정됐지만, 유일하게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양심선언 후 탄핵 사건과 다른 재판에서도 일관되게 진술한 점이 법에 정해진 필요적 감면 사유로 받아들여져 징역 9년이 선고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1심이므로 형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항소 시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집니다. 계엄 선포 전에 적힌 그 메모는, 2심에서도 같은 무게로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