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120달러인데, 전기요금 이 항목은 18개 분기째 그대로입니다 🚧 국제 유가는 지난해 60달러대였습니다. 올해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120달러를 넘나듭니다. 그런데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네 항목 중 하나인 '연료비 조정요금'의 단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9월 21일 4분기에도 이 단가를 1㎾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숫자가 반복된 것은 이번이 18번째입니다.
한국전력공사는 9월 21일 '2026년 10~12월분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내역'을 발표했습니다. 결론은 기존과 동일한 ㎾h당 +5원입니다.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마다 다시 정하는 항목이라 원래는 3개월에 한 번씩 바뀔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10월부터 12월까지 전기 요금은 이 항목에 관해서는 현재 수준에서 유지됩니다. 즉 4분기 고지서에서 금액이 달라진다면, 그 이유는 이 단가 변동이 아닙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계속 상한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번 4분기까지 세면 18개 분기, 4년 6개월입니다. 그 사이 국제 연료 가격은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았습니다. 2024년 이후 국제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상당 부분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올해는 다시 유가가 120달러를 넘나드는 구간까지 올라왔습니다. 연료값이 내려간 시기와 올라간 시기가 모두 지나갔지만, 고지서에 찍히는 숫자는 +5원에서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전기요금은 네 가지를 더해 계산합니다. 계약 유형(일반용·산업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기본요금, 쓴 만큼 붙는 전력량 요금, 여기에 기후환경 요금과 연료비 조정요금을 더합니다. 이 중 마지막 항목만 연료값에 연동됩니다. 직전 분기의 유연탄, LNG 등 연료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고 매 분기 다시 정하는데, 움직일 수 있는 폭이 ㎾h당 ±5원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현재 값인 +5원은 이 범위의 위쪽 끝입니다. 연료값이 아무리 올라도 이 항목으로는 더 올릴 수 없고, 값을 바꾸려면 아래로 내리는 방향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제도 도입 취지만 보면, LNG 등 국제 연료 가격이 떨어지면 단가도 따라 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2024년 이후 가격이 안정된 기간에도 요금은 즉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원문에 따르면 여기에는 앞선 시기의 사정이 깔려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한국전력공사는 상당한 부채를 감수하며 전기 요금 인상을 막았습니다. 연료값이 치솟던 때 요금에 다 반영하지 않은 만큼, 값이 떨어진 뒤에도 곧바로 내리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해온 것입니다. 이번 4분기 결정도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이 항목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로 갈립니다. 하나는 제도 설계 그대로 읽는 방식입니다. 분기마다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장치라면, 값이 내려갈 때는 내려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른 하나는 누적된 부담까지 함께 보는 방식입니다. 전쟁 기간에 요금으로 걷지 않은 부분이 한국전력공사의 부채로 남았다면, 상한선 유지는 그 시차를 메우는 과정으로 읽힙니다. 지금 +5원이라는 숫자 하나에는 이 두 가지 설명이 겹쳐 있습니다.
10월부터 12월까지, 전기 요금에서 연료값에 연동되는 부분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분기 고지서 금액이 지난 분기와 달라졌다면, 원인은 연료비 조정 단가가 아니라 사용량에 따라 달라지는 전력량 요금 쪽에서 찾는 편이 정확합니다. 고지서나 한국전력공사 요금 조회에서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보면, 내가 쓴 ㎾h에 5원이 어떻게 붙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숫자가 다시 논의되는 시점은 다음 분기 산정 내역이 발표되는 때입니다. 유가가 60달러에서 120달러로 움직인 2년 동안에도 그대로였던 칸이 언제 흔들리는지, 그때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