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원 붓는 용인 공장, 내년 2월 도는데 진입도로가 아직입니다 🚛 내년 2월, SK하이닉스 용인 1기 팹이 가동을 시작합니다. 같은 시점에 2기 팹 공사도 진행됩니다. 완성된 공장으로 자재를 실어 나르는 차량과, 옆에서 공사를 하는 차량이 한 길로 몰립니다. 그런데 그 길, 주진입도로는 1기 팹 가동 전까지 완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계가 이 얘기를 꺼낸 건 21일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26년 9월 21일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로봇 분야의 '국가첨단전략산업 정책 건의 과제' 41건을 규제합리화위원회와 국회 등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첨단전략산업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키우기로 정한 첨단산업군을 말합니다. 이 41건 가운데 20건은 법을 새로 만들거나 고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는 게 한경협의 설명입니다. 국회 일정과 무관하게 정부가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몫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뜻입니다. 한경협은 이 20건을 우선 추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인프라 속도가 왜 문제인지는 이미 나온 사례가 보여줍니다. 하루 3만 5,000톤 규모의 청주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사업 착수부터 착공까지 42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중 타당성 조사에만 15개월이 들어갔습니다. 공장이 쓸 물을 확보하는 절차가 3년 반입니다. 삽을 뜨기까지 42개월이라는 건, 실제 물이 나오는 시점은 그보다 더 뒤라는 의미입니다. 한경협은 민간투자 절차에 첨단산업 기반시설 특례를 새로 만들어,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줄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행의 절반 이하입니다.
지금 추진되는 투자 규모는 용인에 1,000조 원 이상, 전남·광주에 800조 원입니다. 공장을 짓는 속도와 도로·용수·전력을 깔는 속도가 서로 다른 시계로 움직인다는 게 한경협이 지적한 지점입니다. 공장 건설은 기업이 결정하면 시작되지만, 진입도로는 국가 계획에 올라야 예산과 일정이 잡힙니다. 그래서 재계가 요구한 건 순서를 앞당기는 일입니다. 용인 주진입도로 공사를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 계획에 반영해 일정을 당겨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계획에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착공 시점을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지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같은 대규모 투자 산업에는 투자 세액공제가 걸려 있습니다. 문제는 작동 방식입니다. 현행 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에서 공제액을 깎아주는 방식입니다.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 적자가 납니다. 적자면 낼 법인세가 없고, 깎을 세금이 없으니 공제도 바로 쓸 수 없습니다. 돈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혜택이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한경협은 기업이 세제 혜택을 실제 투자 재원으로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전력 쪽 과제로는 무탄소전력 인증·조달 여건 개선이 핵심으로 꼽혔습니다. 무탄소전력은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으로, 글로벌 빅테크가 협력사에 조달 조건으로 요구하는 기준입니다. 한경협은 법 개정과 함께, 친환경 전력인 대수력 발전도 기업이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로봇 분야에서는 데이터가 걸림돌로 지목됐습니다. 휴머노이드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학습하려면 가공하지 않은 원본 영상·음성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한경협은 안전한 실증 구역 안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이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춰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지켜볼 지점은 두 개입니다. 하나는 용인 주진입도로가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 계획에 반영되는지, 다른 하나는 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20건이 실제로 먼저 처리되는지입니다. 앞의 것은 내년 2월이 지나면 결과가 드러나고, 뒤의 것은 국회를 기다릴 이유가 없는 사안입니다. 내년 2월, 1기 팹의 자재 차량과 2기 팹의 공사 차량은 같은 날 같은 길로 들어갑니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넉 달 남짓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