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600조·호남 400조, 곽노정 CEO가 산타클라라에서 공장 지도를 펼친 이유 🏨 "메모리 없이는 AI 산업도 성립할 수 없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가 미국 현지 무대에서 한 말입니다. 18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매리어트호텔, 빅테크 고객사와 미국 주요 대학 연구진이 앉은 자리였습니다. 그가 그 자리에서 펼친 건 신제품이 아니라 공장 목록이었습니다. 용인, 호남, 청주, 그리고 인디애나.
21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곽 CEO는 18일 열린 '2026 글로벌 테크 포럼' 기조연설에서 "AI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AI 메모리 수요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준비 중인 신규 글로벌 생산 거점과 연구 기반을 통해 현재의 기술 우위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안현 개발총괄 사장(CDO) 등 핵심 경영진과 실무 임원, 현직 전문가가 함께 자리했습니다.
글로벌 테크 포럼은 SK하이닉스가 해외 인재들에게 기술 비전과 성장 방향을 소개하려고 2012년부터 매년 열어온 연례 행사입니다. 14년째 이어진 무대인데, 올해는 처음으로 회사 장학생들의 연구 논문을 소개하는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인재를 모으는 자리에서 생산 거점 계획을 꺼낸 셈입니다. 바로 다음 이정표도 눈앞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내년 2월 첫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클러스터는 여러 생산 공장과 협력사를 한 지역에 모아놓은 집적단지를 뜻합니다.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곳은 600조 원 규모의 용인 클러스터, 400조 원 규모의 호남 클러스터, 100조 원 규모의 청주 공장입니다. 국내 세 곳의 발표 규모만 더해도 1,100조 원입니다. 개별 제품 경쟁이 아니라 생산 능력 자체를 키워 우위를 지키겠다는 구상을, 곽 CEO는 고객사가 모인 자리에서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미국 거점은 규모가 다릅니다. 인디애나 공장은 약 5조 4,000억 원 규모로, 용인의 100분의 1 수준입니다. '글로벌 생산 거점'이라는 표현의 무게중심이 아직 국내에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과 일본에 공장을 더 지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는 확정된 계획이 아니라 거론되는 단계입니다. 발표된 금액은 완공까지의 투자 계획치이고, 날짜가 붙은 건 내년 2월 용인 첫 가동 하나입니다.
기조연설 뒤 '기술의 변곡점에서, 메모리의 다음 챕터를 열다'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의 경쟁에서 개별 기술의 성능 향상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해 시스템 차원의 해법을 내놓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곽 CEO도 AI 연산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 HBM을 거론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처럼, 준비 중인 차세대 메모리로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확정된 사실은 하나입니다. 용인 클러스터가 내년 2월 처음 돌아간다는 것. 600조, 400조 같은 숫자는 계획 규모이므로, 실제 집행은 가동 일정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미국·일본 추가 공장이 거론 단계를 넘어 발표로 확정되는지, 그리고 HBM 다음 주자로 개발 중인 HBF가 언제 실물로 나오는지. 산타클라라에서 펼친 공장 지도가 일정표로 바뀌는 순간이 그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