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뒤 용인 반도체 팹이 도는데, 주진입도로 공사는 안 끝납니다 🚚 2027년 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기 팹이 가동에 들어갑니다. 그때가 되면 1기 팹으로 들어가는 생산 자재 운반 차량과, 옆에서 계속되는 2기 팹 공사 차량이 같은 도로로 한꺼번에 몰립니다. 그 도로는 국가지원지방도 57호선입니다. 개량 공사는 1기 팹 가동 전까지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9월 21일, 이 문제를 포함한 국가첨단전략산업 정책 건의 과제 41건을 내놨습니다.
한경협은 21일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로봇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 기업 의견을 모은 '국가첨단전략산업 정책 건의 과제' 41건을 규제합리화위원회와 국회 등에 건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분야별로는 반도체가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바이오 9건, 배터리 4건, 로봇 3건이 포함됐습니다. 절반이 반도체에 몰린 이유는 용인과 호남 클러스터에 각각 수백조 원 규모의 공장 투자가 추진되는 반면, 도로·용수·전력 같은 기반시설 확충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경협은 57호선 개량 사업이 지난달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친 만큼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에 반영해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업용수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하루 3만 5,000톤 규모의 청주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사업 착수부터 착공까지 총 42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가운데 타당성 조사에만 15개월이 들어갔습니다. 3년 반이 지나서야 첫 삽을 떴다는 뜻입니다. 한경협은 민간투자 절차에 첨단산업 기반시설 특례를 신설해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줄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재의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또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의 국비 지원 대상에 '하수재이용시설'을 명시해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지금은 재정 부담의 절반을 민간이 떠안는 구조입니다.
전력 분야의 핵심 과제는 무탄소전력 인증이었습니다. 무탄소전력은 재생에너지 외에 원자력처럼 탄소를 내지 않는 발전원으로 만든 전기를 말합니다. 문제는 국내에 이를 인증할 공통 체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사용량과 발전원을 중복 계산 없이 확인해주는 틀이 없어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 협력사에 요구하는 전력 구매 증빙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한경협은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 인증체계를 만들고,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무탄소전력도 단계적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댐에서 만드는 대수력 발전은 전력망 안정을 위해 발전량을 수시로 조절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업과의 직접 거래가 원천 차단돼 있는데, 이 역시 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세제 혜택이 없는 게 아닙니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현행 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에서 공제액을 깎아주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적자 등으로 과세소득이 없는 기업은 공제액이 생겨도 당장 활용할 수 없습니다. 한경협은 미국처럼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현금으로 조기에 돌려받는 직접환급 제도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사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차세대 패널에 투자해도 수익이 나기까지 오래 걸리는 산업 특성 때문에, 세액공제를 이월해 쓸 수 있는 기한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려달라는 의견이 담겼습니다.
로봇 분야에서는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그로 인한 데이터 부족이 고충으로 제시됐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학습하려면 가공하지 않은 원본 영상·음성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를 안전한 실증구역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쓸 수 있게 문턱을 낮추자는 건의입니다. 실제 물리 환경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이른바 피지컬 AI 관련 국책과제 확대와 연산자원의 대기업 지원 확대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배터리 업계는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 확대와 공동 활용 가능한 에너지저장장치 평가시설 구축, 평가 결과 상호인정 확대를 제안했습니다. 바이오에서는 세포치료제와 메신저리보핵산 백신 등 신기술의 시장 진입 규제 개선, 혁신 합성신약과 핵심 원료의약품의 국가전략기술 지정 확대가 포함됐습니다.
41개 과제 중 20건은 법을 만들거나 고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경협은 이 20건을 정부가 먼저 추진해달라고 요청했고, 입법이 필요한 나머지 21건은 국회가 신속히 논의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권혁민 한경협 성장전략실장은 "기업의 투자 판단과 실행을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을 신속히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과제부터 속도감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용인 1기 팹 가동까지 남은 시간은 5개월입니다. 그 사이 57호선 공사가 어디까지 진행되는지가, 41건 중 가장 먼저 답이 나오는 항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