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탄 신주쿠가 한국 양말 브랜드를 먼저 팔기 시작했습니다 🧦 도쿄 신주쿠의 이세탄 백화점. 발렌시아가와 보테가베네타, 로에베가 나란히 입점해 있고, 지난해 일본 백화점 매출 1위를 기록한 점포입니다. 이달 초 이곳 매장에 걸린 건 한국 양말 브랜드 '아이 헤이트 먼데이'의 한정 상품이었습니다. 올해 가을·겨울 컬렉션 일부도 함께 선행 판매됐습니다. 그리고 이건 한 번 있었던 행사가 아닙니다.
9월 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일본 대형 백화점과 편집숍들이 한국 신진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편집숍은 여러 브랜드 제품을 골라 한 공간에서 파는 매장입니다. 이세탄 신주쿠만 보면 이달 초 아이 헤이트 먼데이, 7월에는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스트링 스트링스'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습니다. 그 앞선 3~4월에는 디자이너 브랜드 '김해김'의 컬렉션과 이세탄 한정 제품을 내놨습니다. 반년 사이 양말·안경·디자이너 의류로 품목이 계속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이번 달 열린 '2027 봄·여름 서울패션위크'에는 20개국 해외 바이어 98명이 참여했습니다. 수주 상담 규모는 757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직전 시즌인 올 2월이 754만 달러, 지난해 9월이 745만 달러였으니 세 시즌 연속 기록을 갈아치운 셈입니다. 다만 수주 상담액은 계약이 체결된 금액이 아니라, 구매 의향을 전제로 진행된 상담의 합계입니다. 실제 숫자는 관세청 통계에서 확인됩니다. 의류·가방류 수출액은 올해 1분기 5억 8,463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4%, 2분기에는 7억 4,210만 달러로 21.3% 늘었습니다.
이 흐름을 움직이는 건 K팝입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K팝 인기가 높아지면서 패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고 있다"며 "해외 유통업체들도 K팝 아이돌의 착용 여부나 국내 온라인 플랫폼 인기 순위를 브랜드 소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 패션 플랫폼 식스티퍼센트는 올 7월 일본 루미네에스트 신주쿠에서 국내 브랜드 '쓰리타임즈'의 일본 첫 팝업을 열며 "K팝 아이돌도 애용하는 한국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JR동일본 계열 패션몰 루미네도 6월 신주쿠점에서 국내 여성복 '시야주' 팝업을 열며 "W컨셉과 29CM 판매 순위 상위권 브랜드"라고 소개했습니다. 한국 온라인 플랫폼의 순위가 일본 매장의 판매 문구가 된 것입니다.
수출 통계만 보면 완제품이 나가는 그림이지만, 반대 방향도 생겼습니다. 이탈리아 브랜드 포르테포르테는 한국 소비자의 높은 겨울 아우터 수요를 반영해, LF가 제안한 자카드 봄버 재킷과 가죽 재킷, 에코퍼 롱코트를 올해 가을·겨울 글로벌 컬렉션에 반영했습니다. 한국 법인이 제안한 상품이 해외 본사 컬렉션에 들어간 구조입니다. LF 관계자는 "한국에서 개발을 제안한 푸퍼 재킷도 향후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검증된 브랜드뿐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과 상품 기획까지 해외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미국 패션 유통업체 어반아웃피터스는 국내 브랜드 '예스아이씨'와 '앵글런'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예스아이씨 기획전에서는 '서울의 거리에서 온(Streets of Seoul) 브랜드'라고 강조하며 서교동의 음악·스트리트웨어 문화를 디자인 설명에 끌어왔습니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 에센스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28곳을 모은 '한국 패션 브랜드' 기획 페이지를 따로 운영합니다. 서울패션위크 현장에는 프랑스 쁘렝땅·사마리텐, 일본 유나이티드애로우즈, 싱가포르 클럽21 등 주요 리테일러가 직접 와 쇼룸을 돌아봤습니다.
해외 유통업체가 브랜드를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해외 전시회 실적이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K팝 아이돌 착용 이력과 W컨셉·29CM 같은 국내 플랫폼의 판매 순위가 현지 매장의 소개 문구로 그대로 쓰입니다. 국내 브랜드라면 서울패션위크 수주 상담이 20개국 바이어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통로가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에센스의 한국 브랜드 기획 페이지처럼, 국내 브랜드를 해외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는 경로가 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세탄 신주쿠 매장에 걸린 양말 한 켤레는, 그 변화가 실제로 팔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