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을 5대5로 나누면, 원리금은 40년 뒤에 돌아옵니다 ☂️ "연 17%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굳이 한국 정부 돈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투자자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가 21일 한 말입니다. 대미 투자 프로그램에서 빌려준 돈을 20년 안에 돌려받으려면, 그만한 수익률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를 만든 것은 사업의 품질이 아니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수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한 약속이었습니다.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는 연 5% 이자율을 가정할 때, 매년 16.7%의 수익을 올려야 20년 안에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조건을 조금 달리해 수익률 5.3%를 가정하고, 원금을 기간에 나눠 매년 같은 액수로 갚는 방식을 적용하면 필요한 숫자는 17.2%로 올라갑니다. 사업이 벌어들이는 돈에서 투자금을 빼고 남는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 즉 내부수익률이 17.2%에 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앞서 인용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의 말은 이 숫자를 보고 나온 반응이었습니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를 비롯한 미국 내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통상 20년 내외의 원리금 상환을 전제로 자금을 끌어옵니다. 이 기준선 위에 5대5 배분을 얹으면 계산은 두 배로 늘어납니다. 한국과 미국이 수익을 절반씩 나누는 원칙을 유지할 경우, 이론적으로 한국 측이 원리금을 찾아오는 시점은 40년 뒤가 됩니다. 반대로 상환 기간을 30년으로 늘리면 필요한 내부수익률은 14.8%로 내려갑니다.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조건이 느슨해지는 구조입니다. 대미 투자 프로그램의 사업 선정이 진통을 겪은 것도 이 배분 비율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인 사업이라면 초기에 발생한 이익을 대출 상환에 집중적으로 투입합니다. 빚을 먼저 줄이고 그다음에 수익을 나누는 순서입니다. 대미 투자 프로그램은 이 순서가 다릅니다. 사업에서 나온 수익의 절반만 한국의 원리금 상환에 쓰이고, 나머지 절반은 처음부터 미국 측으로 갑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사업 수익률을 가정하면, 한국에 배당되는 수입 비중을 높이지 않는 한 상환 기한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적용하기로 했던 수익 배분 비중 조정 원칙은 미국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안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업 초반 한국 측이 원리금 상환을 위해 수입의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가는 안에 대해 미국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막판까지 노력하겠지만 미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회수 기간이 길어지는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는 판단의 근거는,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사업들이 모두 40~60년 운용할 수 있는 에너지 인프라라는 점입니다.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한국전력공사나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얼마나 인수할지도 쟁점입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연내 주식을 증시에 처음 상장하는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고, 목표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 몸값에서 175억 달러를 뺀 가치의 20%만큼 지분을 인수할 권리를 이미 확보했습니다. 목표가 달성되면 13%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한국 측은 여기서 10% 이상을 넘겨받고자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지분율을 5~10% 선에 묶으려 하고 있습니다.
사업 존속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의 상환 기간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40년 뒤 세상이 얼마나 바뀔지 어떻게 아느냐"며 수익성을 확보할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분 비율을 높일 수 없다면 명확한 전력 구입처를 보장받거나 높은 판매 단가를 확약받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회수 기간이 길어지면 원리금 회수 전 사업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환경오염이나 정치적 문제로 발전소가 멈추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세계적으로 탈원전 흐름이 불었던 것처럼, 설비 성능과 무관한 사건이 운영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편 시각도 있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단 사업이 진행되면 한국 기업이 핵심 설비를 공급할 수밖에 없고, 이후 수십 년간 수리와 설비 개선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플랜트 사업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력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숫자보다 먼저 볼 것은 합의문에 어떤 장치가 들어가는지입니다. 정부는 수익이 높은 사업의 이익금을 부진한 사업의 원리금 상환에 쓸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하나로 묶는 펀드 구조를 확보하고, 한국인 프로젝트 책임자를 선임해 한국 기업 진출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명문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업 추진 중 돌발 변수가 생기면 투자를 중단하거나 이익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조항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인용한 "연 17%면 우리 돈이 필요 없다"는 말은, 결국 수익 배분 비율이 바뀌지 않으면 그 숫자도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