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원유 70%를 2035년까지 50% 아래로, 세 번째 다변화 선언 🛳️ 호르무즈해협에서 배가 제때 못 움직인다는 소식이 들려온 게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쓰는 원유 10배럴 가운데 7배럴가량이 그 바다를 지나 들어옵니다. 한쪽 해역이 막히면 무엇으로 대체할지가 곧바로 문제가 되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23일 2035년까지의 중장기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약속은 2020년에도, 2024년에도 있었습니다.
◾ 원유 10배럴 중 7배럴이 중동에서 온다
23일 산업통상부는 '제1차 자원안보 기본계획'을 확정했습니다. 지난해 2월 국가자원 안보 특별법이 시행된 뒤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자원안보 계획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현재 약 70%인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2035년까지 50% 미만으로 낮춥니다. 천연가스도 특정 국가에 기대는 비중을 30% 미만으로 줄입니다. 여기에 석유 비축시설을 확충하고, 정부가 관리하는 핵심광물을 38종에서 51종으로 늘립니다. 핵심광물은 공급이 끊기면 산업과 안보에 곧바로 타격을 주는 전략 광물을 뜻합니다.
◾ 2020년에도, 2024년에도 같은 말이 있었다
자원 다변화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부는 2020년과 2024년에도 중동 정세 불안을 이유로 수입선을 적극적으로 다양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전으로 가면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이 있습니다. 이 사업은 후임 정권에서 적폐로 지목돼 헐값에 매각되거나 중지됐습니다. 자원 확보 전략이 정권의 색깔에 따라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를 반복해 온 셈입니다. 이번 계획이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선언은 여러 번 있었지만, 법에 근거한 범정부 계획으로 묶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 광석을 사와도 위험은 남는다
수입국 숫자만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유는 유종과 계약 방식, 운송 경로까지 갈라져 있어야 한쪽이 막혔을 때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특정 해역의 통항이 끊기거나 산유국이 수출을 멈췄을 때, 대체 물량을 얼마나 빨리 들여올 수 있는지가 실제 능력입니다. 핵심광물은 한 단계 더 복잡합니다. 광석을 확보해도 제련·정제 단계가 특정 국가에 몰려 있으면 위험은 그대로 남습니다. 캐는 곳과 녹여서 쓸 수 있게 만드는 곳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래선 추가를 넘어 탐사에서 개발, 가공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유가가 안정되면 계획도 사라졌다
과거 다변화 약속이 흐지부지된 조건은 비슷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치솟던 유가가 안정되는 시점입니다. 위기감이 사라지면 긴 호흡의 투자는 뒤로 밀립니다. 자원 개발은 투자 기간이 길고 실패 위험도 큽니다. 개별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자금 지원과 위험 분담으로 마중물을 붓는 방안을 고민해 볼 만하다는 제안이 나옵니다. 다만 이번 계획에 그런 분담 장치가 어떤 형태로 담겼는지는 확정 내용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 10년 계획인데 정권은 두 번 바뀐다
이번 계획 기간은 2035년까지입니다. 10년 사이 정권이 두 번 바뀝니다. 계획을 만든 정부와 결과를 확인할 정부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관건은 목표 수치가 아니라 중간 점검표라는 지적이 따라붙습니다. 연도별 이행 목표, 의존도와 재고 수준을 재는 지표가 구체화되지 않으면 2035년이라는 먼 숫자만 남는다는 것입니다. 국제 정세가 달라지고 정권이 교체돼도 전략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번 발표에서 확인할 것은 "2035년 50% 미만"이 아니라, 그 사이 연도별 목표가 공개되는지입니다. 기본계획은 법에 근거해 만들어지는 문서이므로, 세부 이행계획과 점검 결과는 산업통상부를 통해 공개되는 절차를 따릅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와 천연가스의 특정국 비중, 핵심광물 51종의 관리 현황이 해마다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이 계획의 성적표입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배가 멈췄을 때 우리가 궁금해야 할 질문도 결국 같습니다. 그때 대체 물량은 어디서, 며칠 안에 들어올 수 있는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