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한 대 파는 게 아니라, 공장을 심겠다는 얘깁니다 🧩 지난 25일 멕시코시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김종출 대표가 서명한 문서에는 비행기 몇 대를 얼마에 판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대신 멕시코 항공우주산업협회 FEMIA, 그리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갔습니다. 회원사 100개 이상을 거느린 협회와 종합상사, 그리고 완제기 제조사가 한 장의 종이에 함께 묶인 것입니다. "이번 협력은 양국이 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입니다.
◾ 대통령 순방 일정표에 끼어든 세 장의 서명
KAI가 28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양해각서(MOU)는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에 맞춰 현지 시간 지난 25일 멕시코시티에서 체결됐습니다. 서명 주체는 세 곳입니다. KAI, 멕시코 항공우주산업협회 FEMIA, 그리고 포스코인터내셔널입니다. FEMIA는 회원사 100개 이상을 보유한 멕시코 항공우주 산업계의 대표 협회로, 멕시코 정부의 항공우주 산업 정책 수립과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이끌고 있는 기관입니다. 기업 대 기업이 아니라, 기업이 상대국 산업계 전체와 손을 잡은 구조입니다.
◾ 1년 전 먼저 맞춰둔 손발
이 서명이 갑자기 나온 건 아닙니다. KAI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항공우주 시장에 함께 나가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이미 맺었습니다.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그때 미리 짜둔 것입니다. 그로부터 약 1년, 두 회사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지역과 상대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서 맞춰둔 손발을 멕시코라는 실제 무대에 올린 셈입니다.
◾ 파는 쪽이 아니라 만드는 쪽에 들어간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판매가 아니라 생산입니다. KAI가 협의하겠다고 밝힌 항목은 현지 생산, 기술 협력, 공급망 현지화입니다. 동원되는 플랫폼도 한두 개가 아닙니다. 고정익 항공기, 무인기, 위성, MRO, 기체 구조물까지 자사가 가진 목록을 전부 올렸습니다. MRO는 항공기를 유지하고 보수하고 정비하는 사업을 뜻합니다. 비행기를 넘긴 뒤 수십 년간 이어지는 일이라,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오래 남는 영역입니다.
◾ 종합상사가 왜 여기 끼어 있나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역할을 보면 이 협약의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이 회사가 맡는 일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기회 발굴, 그리고 금융 협력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발굴된 멕시코 현지 기업들이 KAI의 항공우주 제조 공급망에 실제로 편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입니다. 제조사는 기술과 플랫폼을, 상사는 현지 기업 발굴과 자금 조달을 나눠 맡은 구조입니다.
◾ 멕시코가 원하는 것, 한국이 원하는 것
이 3자 협약이 걸려 있는 지점은 '플랜 멕시코(Plan Mexico)'입니다. 멕시코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중장기 경제 발전 전략입니다. 멕시코 쪽에는 자국 항공우주 산업 생태계를 키울 명분이, 한국 쪽에는 그 생태계에 먼저 들어갈 자리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김종출 대표는 목표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멕시코와의 협력을 거점으로 중미 지역 내 FA-50 진출을 가속화하고, 향후 북미와 남미 시장까지 수출 저변을 확대해 나가겠다." 멕시코 자체가 아니라, 멕시코를 통과해 가겠다는 얘기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번에 체결된 것은 양해각서입니다. 계약이 아니라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약속입니다. KAI가 밝힌 내용에서도 현지 생산과 공급망 현지화는 "협의해 나간다"는 단계로 표현돼 있습니다. FA-50 몇 대가 어디로 언제 간다는 숫자는 아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분명합니다. 지난 25일 서명된 이 세 이름 아래, 실제로 어떤 멕시코 기업이 KAI의 공급망에 들어가고 어떤 계약 금액이 붙는지입니다. 그게 나오는 시점이 이번 서명의 무게가 결정되는 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