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으로 LG 계열사 칩을 받습니다 🧊
LX세미콘이 다음달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 노트북·모니터용 OLED 디스플레이구동칩을 양산 납품합니다. 구매주문 물량은 수십만 개, IT 제품 연간 출하량이 수천만 대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적은 양입니다. 그런데 업계가 주목하는 건 물량이 아닙니다. 범LG그룹 계열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주력 제품에 칩을 넣는 일이 처음이라는 사실입니다.
◾ 물량은 작고, 첫 번째라는 사실은 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에 IT 제품용 OLED 디스플레이구동칩을 납품하기로 하고 다음달 양산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IT 제품은 노트북과 모니터처럼 중형 디스플레이를 쓰는 기기를 말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에 이어 키우고 있는 주력 사업입니다. 구매주문 물량은 수십만 개로 알려졌습니다. 제품별 연간 출하량이 수천만 대 단위인 시장에서 보면 시범 물량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동안 사실상 전무했던 양사 협력에 물꼬가 텄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거래로 이어질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가 업계에서 나옵니다.
◾ 계열사 안에서만 사고팔던 반도체
디스플레이구동칩은 화면의 픽셀을 하나하나 제어하는 반도체입니다. 지금은 LX세미콘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대만 노바텍이 공급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시장이 그룹 단위로 갈려 있었다는 점입니다. LX세미콘은 범LG그룹 계열사로서 LG디스플레이에 주로 공급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모회사인 삼성전자에서 받는 구조가 관행으로 굳어져 있었습니다. 같은 칩을 만드는 회사들이 서로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던 셈입니다.
◾ 3년 전에 손을 잡았는데, 성과는 없었다
양사는 2023년에 이미 이 관행을 깨기로 했습니다. 디스플레이구동칩 공동 개발과 공급을 위한 협력을 체결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비주력 품목인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용으로 칩을 소량 거래한 것을 빼면, 지난해까지 제대로 된 협력 성과는 없었습니다. 협약 3년째에 처음으로 주력 제품군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이번 공급으로 양사는 모바일(갤럭시워치)과 IT 제품군을 아우르는 관계가 됩니다.
◾ 양쪽 모두 사정이 급했다
LX세미콘 쪽 사정부터 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LG디스플레이와 애플, 중국 BOE를 주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바텍이 이들에 대한 공급 점유율을 넓혀가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4.8% 감소한 1,089억 원에 그쳤습니다. 2023년 삼성전기 사장 출신 이윤태 최고경영자를 영입한 것도 고객사 확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쪽도 이유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디스플레이구동칩 같은 구형 반도체 대신 '엑시노스' 같은 인공지능 반도체에 힘을 실으면서, 칩을 받아올 곳을 미리 늘려둘 필요가 커졌습니다.
◾ 노트북 화면이 OLED로 바뀌는 시장
두 회사가 하필 IT OLED에서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노트북·모니터·태블릿PC가 새로운 OLED 수요처로 떠올랐습니다. 유비리서치는 전 세계 IT OLED 출하량이 지난해 2,420만 대에서 2029년 5,300만 대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시장을 먼저 잡으려고 2024년부터 올해까지 관련 인프라에 4조 1,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새로 만드는 시장이라 칩 공급망도 새로 짜는 국면인 셈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업계 관계자는 "LX세미콘이 고객 확대에 대한 니즈가 크고 삼성을 뚫으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LX세미콘은 이번 공급에 대해 "고객과의 계약상 확인해줄 수 없다"며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확인된 건 수십만 개라는 첫 물량 하나입니다. 이 숫자가 다음 주문에서 얼마나 커지는지, 그리고 IT 제품 외 다른 제품군으로 넘어가는지가 이 협력의 실체를 보여줄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