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1시 42분, 삼성전자 주가는 27만 3500원이었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4.20% 낮은 값입니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178만 5000원, 4.14% 하락입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가 같은 폭으로 동반 급락하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157.35포인트(2.22%) 내린 6923.57을 나타냈습니다.
◾ 장은 조용히 열렸고, 오후에 무너졌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7057.86으로 출발했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23.06포인트(0.33%) 낮은 수준, 흔히 있는 약보합 출발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낙폭이 커졌고, 오후 1시 42분에는 하락률이 2.22%까지 벌어졌습니다. 출발 시점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여섯 배 이상으로 커진 셈입니다. 장 초반에 나온 재료가 아니라, 장중에 쌓여 있던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나왔다는 뜻입니다.
◾ 시장을 떠난 쪽과 받아낸 쪽이 갈렸다
같은 시각 수급을 보면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외국인이 2조 3027억 원, 기관이 1조 3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순매도는 같은 시간대 매도 금액에서 매수 금액을 뺀 값입니다. 두 주체가 합쳐 3조 3000억 원 넘게 팔았습니다. 반대편에서 개인이 1조 9854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외국인·기관이 내놓은 물량의 60% 정도를 개인이 받아낸 구조입니다. 주가가 4% 넘게 빠진 이유는 여기서 드러납니다. 파는 쪽 규모가 받는 쪽보다 컸습니다.
◾ 연휴 동안 해외에서 쌓인 것들
국내 증시가 닫혀 있던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에서는 재료가 계속 나왔습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5.519%까지 올랐습니다. 2004년 6월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22년 만의 고점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올라 배럴당 100달러선에 다시 근접했습니다. 휴장 기간에는 이 재료들이 주가에 반영될 통로가 없습니다. 개장 첫날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 금리가 오르면 주식이 밀리는 이유
국채금리는 위험을 거의 지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수익률입니다. 이 값이 오르면 주식을 들고 갈 이유가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주식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지표도 같은 방향입니다. 무보증 회사채(신용등급 AA-) 5년물 금리는 연초 3.79%에서 이달 21일 4.89%로 올랐습니다. 정부 보증 없이 발행된 우량 회사채 금리로, 국내 채권시장 금리 흐름의 기준 지표 중 하나입니다. 9개월 만에 1.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었다
통상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였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달 14일(현지 시간) 약 3년 만에 5% 선을 넘었습니다. 미국과 이란 분쟁이 이어지면서 고유가·고물가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상황입니다. 물가가 높으면 금리를 내리기 어렵고, 금리가 높으면 주식으로 돈이 오기 어렵습니다.
◾ SK하이닉스에는 재료가 하나 더 있었다
SK하이닉스 하락에는 개별 요인도 지목됩니다.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고, 이것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 고점론도 겹쳤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투자 고점론, 중동 분쟁 지속 등 불확실성이 쌓인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대형 종목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수 전체가 밀린 것과 별개로, 반도체 두 종목이 4% 넘게 빠진 배경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날 하락은 국내에서 새로 나온 뉴스 때문이 아닙니다. 연휴 동안 해외에서 쌓인 금리·유가·분쟁 재료가 개장 첫날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래서 다음 거래일부터 확인할 지표는 국내 종목 시세보다 미국 국채금리와 국제유가입니다. 30년물이 5.519%에서 더 오르는지, 유가가 100달러선을 넘는지가 갈림길입니다. 28일 오후 1시 42분의 27만 3500원과 178만 5000원은, 이 두 숫자가 만든 값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