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정제·화학 업종 기업들이 답한 다음 달 경기 전망치는 85.2입니다. 이달 92에서 한 달 만에 6.8이 더 빠졌습니다. 100을 기준으로 위면 좋아진다, 아래면 나빠진다는 뜻이니 85.2는 상당히 어두운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게 한 업종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600대 기업 전체 전망치도 한 달 만에 100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 100을 넘긴 건 딱 한 달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8일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BSI는 기업들이 직접 답한 체감 경기를 수치로 바꾼 지표입니다.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낮으면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10월 전망치는 98.6이었습니다. 9월 102에서 3.4가 빠졌습니다. 한 달 만에 다시 100 아래로 내려온 것입니다.
◾ 넉 달 내리 부진했고, 반등은 한 달뿐이었다
올해 흐름을 놓고 보면 9월이 예외였습니다. 6월 98.6, 7월 98, 8월 89.9까지 석 달 연속 100을 밑돌았습니다. 9월에 102로 올라서며 긍정 전환했지만, 10월에 다시 98.6으로 돌아왔습니다. 6월과 똑같은 숫자입니다. 넉 달 동안 기업 심리가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고, 9월 한 달의 반등은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 원자재 가격과 금리, 두 가지가 겹쳤다
한경협은 두 가지를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첫째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길어지며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했고, 그 결과 국내 기업들의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입니다. 원자재는 제조 원가를, 금리는 자금 조달 비용을 동시에 밀어 올립니다. 비용이 오르는 쪽과 돈을 빌리는 쪽이 한꺼번에 나빠지면, 기업은 투자와 생산 계획을 미루게 됩니다.
◾ 원화가 오르니 수출과 내수가 갈렸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101.4)와 고용(100.3)만 100을 넘겼습니다. 수출(99.7), 투자(97.4), 채산성(97.7), 자금사정(98.3)은 모두 100을 밑돌았습니다. 채산성은 팔아서 남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뜻합니다. 희비를 가른 건 원화 가치 상승이었습니다. 수출 BSI는 수출기업들의 실적 감소 부담으로 5개월 만에 부정 전환했습니다. 반대로 내수 쪽에서는 원화가 오르면서 수입 원료·부품 가격과 외화 결제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났습니다. 같은 환율 변화가 한쪽에는 악재, 다른 쪽에는 호재로 작동한 것입니다.
◾ 제조업은 95.6, 비제조업은 101.8
업종을 나누면 격차가 더 분명합니다. 제조업 10월 전망치는 95.6으로, 9월 101.7에서 크게 떨어졌습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및 통신장비 등 일부를 뺀 의약품, 식음료, 섬유, 석유 등 6개 업종이 명절 특수 종료와 유가 상승, 공급 과잉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중 석유정제·화학이 85.2로 가장 낮았습니다. 비제조업은 수입물가 부담 완화와 내수 개선 기대에 101.8로 100을 넘겼습니다. 다만 9월 102.4보다는 소폭 낮아졌고, 건설업은 95.3으로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숫자는 고용 BSI 100.3입니다. 고용이 긍정 전환한 것은 2022년 9월 이후 4년 1개월 만입니다. 전체 지수가 내려가는 와중에 채용 계획만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중동 긴장 재고조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불안, 글로벌 금리 인상 움직임 등으로 인해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국내생산세액공제 적용 대상 확대를 통해 국내 산업 생산을 촉진하고 메가특구 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이나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 등 노동 특례를 지원해 기업 심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BSI는 실적이 아니라 기업들이 앞으로를 어떻게 보는지를 묻는 조사입니다. 석유정제·화학이 두 달 연속 내려앉은 흐름이 11월에도 이어질지, 아니면 9월처럼 한 달 만에 방향을 틀지가 다음 확인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