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위에 얼마나 많은 가상화폐를 들고 있는지 세어보니, 한국은 미국 다음이었습니다. 개인 지갑과 거래소에 보관된 자산 가치를 집계한 '온체인 보유 잔액'에서 세계 2위입니다. 그런데 이 자산에 세금을 매기는 일은 3개월 뒤로 예정돼 있고, 국세청은 아직 고시를 준비 중입니다. 시장에서는 돈이 국내에 남아 있을지를 묻고 있습니다.
◾ 117개국 중 5위, 그중 보유 잔액은 2위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가 최근 공개한 '2026년 글로벌 가상화폐 채택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17개국 중 5위로 평가됐습니다. 1위는 브라질, 그 뒤로 미국과 나이지리아, 일본이 이어졌습니다. 종합 순위보다 눈에 띄는 건 세부 항목입니다. 개인 지갑이나 거래소 등 온체인 서비스에 보관된 가상화폐의 가치를 집계한 '온체인 보유 잔액'에서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 이 돈의 99.9%는 개인의 돈이다
국내 법인의 가상화폐 시장 참여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이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은 개인투자자의 것으로 분석됩니다. 금융 감독 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서도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의 99.9%가 개인으로 집계됐습니다. 세계 2위라는 숫자가 기관이나 기업이 아니라, 개인의 계좌와 지갑을 합쳐 만들어진 수치라는 뜻입니다.
◾ 투자만이 아니라 결제에서도 쓰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등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을 줄인 가상화폐로, 결제와 송금에 쓰입니다. 코인데스크 리서치에 따르면 국가·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결제액의 51.2%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거래는 한국과 대만·인도네시아·인도·호주에 집중됐고, 대만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로도 주요 결제 회랑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알리움 집계로는 올 1~8월 수취 국가가 확인된 스테이블코인 결제 중 한국으로 들어온 금액이 53억 달러로 세계 6위였습니다. 태국이 108억 달러로 1위, 튀르키예 78억 달러, 인도네시아 63억 달러, 멕시코 61억 달러, 미국 57억 달러 순입니다.
◾ 열 명 중 일곱은 국내 거래소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내년 1월 시작되는 가상화폐 투자소득 과세입니다. 타이거리서치가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 2,423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의 73.1%가 과세가 시작되면 국내 거래소 이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88%는 대신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 이용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 움직임이 현실화하면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국내 3대 거래소의 연간 거래대금이 올해 약 860조 원에서 내년 602조 원으로 약 30%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설문을 토대로 한 추산치입니다.
◾ 국회는 유예를, 정부는 예정대로를 말한다
과세 시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 과세 시점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 2건을 상정했습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안은 3년 유예,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안은 2년 연기를 담았습니다. 과세 폐지를 요구한 국민동의청원도 5월 재경위에 회부된 뒤 4개월 만에 처음 전체회의 안건으로 다뤄졌습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유예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반면 정부 입장은 그대로입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재경위 전체회의에서 "국세청에서 고시를 준비 중"이라며 "협의를 해서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내년 1월 과세는 아직 확정된 일정이고, 유예 법안은 상정 단계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확인해둘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국세청 고시가 언제 나오는지 — 취득가액을 어떻게 계산하고 어디까지 신고 대상인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둘째, 재경위에 상정된 개정안 2건이 실제로 처리되는지입니다. 온체인 보유 세계 2위라는 숫자를 만든 건 개인투자자들이고, 그 99.9%에게 적용될 규칙이 아직 고시 준비 중이라는 점이 이 사안의 핵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