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산 집에서 들것에 실려 나온 87세, 마드리드가 멈췄습니다 🏕️ 지난 23일 마드리드 레티로 지구. 경찰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갔고, 87세 여성이 들것에 실려 집 밖으로 옮겨졌습니다.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 부모 세대부터 그 아파트에 70년 넘게 살던 세입자였습니다. 영상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고, 3일 뒤 마드리드 도심에는 수만 명이 모였습니다. 개인의 불운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 광장에 텐트 100개가 세워졌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복수 외신에 따르면, 지난 26일 마드리드 도심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 행진에 나서 임대료 인하와 세입자 보호를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시위대는 마드리드의 대표 관광지인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약 100개의 텐트를 세우고 밤을 보냈습니다. 이튿날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까지 합세해 야영 집회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광객이 오가는 광장이 하룻밤 사이 농성장이 된 셈입니다.
◾ 500유로였던 월세가 2,650유로가 됐다
아바스칼의 사정을 시간 순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2018년 건물주가 바뀌었습니다. 이때 집을 직접 살 기회가 있었지만 경제적 사정상 매입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아파트를 사들인 부동산 투자회사는 월세를 기존 500유로(한화 약 77만 원)에서 2,650유로(한화 약 410만 원)로 올렸습니다. 다섯 배가 넘는 인상입니다. 조정 끝에 1,650유로(한화 약 255만 원)까지 낮아졌지만,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에게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였습니다.
◾ 10년 사이 월세가 두 배가 된 이유
이건 한 건물의 일이 아닙니다. 스페인 주요 도시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에 단기 임대 확대, 인구 유입, 외국인 투기가 겹치며 집값이 크게 올랐습니다. 단기 임대는 관광객을 상대로 며칠 단위로 내주는 숙박 임대인데, 그만큼 장기 거주용 주택이 시장에서 빠집니다. 부동산 업체 이데알리스타는 최근 10년 사이 월세가 거의 두 배가 됐다고 추산했습니다. 투자회사가 건물을 사서 임대료를 다섯 배로 올릴 수 있는 환경이 10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입니다.
◾ 월급을 전부 내도 부족하다
스페인청년협의회(CJE)는 청년 노동자가 소득의 98.7%를 주거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월급을 거의 전액 집에 넣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위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도 비슷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38세 그래픽 디자이너 엔리케 오르테가 데 미겔은 AFP에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찾는 것 자체가 고생인데, 그마저도 쫓겨날까 봐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집을 못 구하는 문제와 구한 집에서 밀려나는 문제가 같은 사람에게 동시에 걸려 있습니다.
◾ 법안은 준비됐지만 과반이 없다
마드리드 세입자 연합은 SNS에 "더는 견딜 수 없다. 임대 시스템이 무너지든 정부가 무너지든 둘 중 하나"라는 글을 올리며 집회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광장을 찾아 스페인 공영방송 RTVE에 "이 사건은 마지막 방아쇠였다"고 말했습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27일 사회당 집회에서 아바스칼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는 주택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회당은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스페인 정부가 준비하는 법안에는 임대차 계약 자동 갱신과 퇴거 제한 강화가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두 가지가 아바스칼의 사례에서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건물주가 바뀌면 계약이 이어지지 않고, 임대료를 못 내면 퇴거를 막을 장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거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퇴거 뒤 병원에 입원한 아바스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게 일어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겐 일어나지 않도록 이 일이 계기가 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