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의 말입니다. 몸무게 숫자를 얼마나 내렸는지가 아니라, 어느 부위의 지방을 줄였는지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네 곳이 최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식욕을 억제하는 GLP-1 계열 주사제 다음 단계로, 지방 자체를 겨냥하는 후보물질을 들여오거나 개발하고 있습니다.
GC녹십자웰빙은 3일 이스라엘 라지엘테라퓨틱스로부터 국내 사업화 권리를 도입한 지방분해 신약 'RZL-012'가 성인 이중턱(턱밑 지방)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중국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번 임상에서는 한 차례 치료만으로 투여 84일 시점에 약물의 유효성을 확인했습니다. 기존 지방분해 주사가 여러 차례 투여를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1~2회 투여로 국소 지방 감소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으로 제시됐습니다.
기존 지방분해 주사제는 주로 턱밑 지방 개선 등 얼굴 윤곽 시술에 쓰였습니다. RZL-012는 복부·허벅지·옆구리·팔뚝 등 신체 여러 부위의 국소 지방 감소를 목표로 합니다. 시간 순서로 보면 이렇습니다. GC녹십자웰빙은 지난 6월 국내 도입 계약을 맺었고, 라지엘은 미국 임상 2상에서 턱밑과 옆구리 지방 감소에 대한 유효성·안전성을 확인한 뒤 연내 임상 3상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대웅제약도 2021년 국내 허가를 받은 지방분해 주사제 '브이올렛'을 놓고,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 365mc와 함께 겨드랑이 앞지방 감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중턱 적응증을 넘어설 근거를 확보하려는 목적입니다. 한국비엔씨는 올해 1월 미국 레이오스의 후보물질 '10XB-101'에 대해 한국·대만·베트남 등 9개국 독점 개발·제조·판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같은 '지방분해'라도 작동 원리는 갈립니다. 브이올렛은 데옥시콜산을 기반으로 한 국산 주사제로, 지방세포 자체를 파괴해 세포 수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반면 올릭스가 개발 중인 'OLX501A'는 siRNA를 씁니다. siRNA는 특정 유전자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막는 물질로, 이를 이용해 내장지방을 포함한 체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주사한 자리의 지방을 없애는 접근과, 지방조직 자체를 표적하는 접근이 나란히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 임상 3상 결과가 곧 국내 출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RZL-012가 국내 허가를 받으려면 별도의 개발·인허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합니다. GC녹십자웰빙 관계자는 "미국 임상 일정에 맞춰 국내 개발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머지 후보물질도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10XB-101은 성인의 턱밑 지방과 복부 피하지방 감소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3상 진입을 앞둔 상태입니다. 레이오스는 지난달 중국 제약사 차이나 메디컬 시스템 홀딩스와 중국 지역 기술이전 계약도 맺었습니다. OLX501A는 아직 사람에게 투여하기 전 단계입니다.
올릭스의 전임상 시험 결과, OLX501A를 투여한 비만원숭이의 내장지방은 투여 49일 후 29.2% 감소했습니다. 경쟁 물질 투여군의 10% 감소보다 큰 수치입니다. 다만 동물 단계 결과이며, 올릭스는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계획 제출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왜 내장지방을 따로 겨냥하느냐에 대해 서미화 연구원은 "당뇨병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한 내장 지방 축적 환자를 위해서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는 글로벌 지방분해 주사제 시장이 2024년 38억 달러(약 5조 원)에서 2032년 80억 달러(약 11조 원)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금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상태인 것과, 개발 중인 것을 구분해서 보는 일입니다. 기사에 등장한 네 가지 가운데 국내 허가 사실이 명시된 것은 2021년 허가된 브이올렛 하나이고, 그 허가 적응증은 이중턱입니다. 겨드랑이 앞지방은 아직 연구자 주도 임상 단계입니다. RZL-012는 중국 3상 결과가 나온 단계, 10XB-101은 3상 진입 직전, OLX501A는 전임상 단계입니다. "체중 감량의 양보다 질"이라는 말은 현재 개발 방향을 가리키는 표현이며, 각 후보물질의 국내 사용 가능 시점은 별개의 인허가 절차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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