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묵는 집, 주민은 못 구한다 EU 역내 단기 임대는 2018년에서 2024년 사이 93% 늘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 피렌체 주민들은 관광객용 단기 임대 때문에 살 집을 구하기 어렵다고 오래 호소해 왔습니다. 이건 두 도시만의 사정이 아닙니다. 유럽연합(EU)이 이번에 직접 제동을 걸기로 했습니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9일 새 법안 초안을 공개합니다. 심각한 주택난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 당국이 단기 임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감당 가능한 주택 법안'의 후속 조치입니다. 이 법안은 주택 부담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EU 차원의 주택 정책 묶음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EU 내 부동산 가격은 60% 이상, 임대료는 20% 이상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단기 임대는 6년 만에 93% 늘며 두 배에 가까워졌습니다. 가격 상승과 단기 임대 확산이 함께 진행된 셈입니다. 그사이 유명 관광지 주민들의 주거난 호소는 계속 쌓였습니다.
그동안 주택 문제는 EU가 공식적으로 관장하지 않았습니다. 임대료 규제나 주거 보조금은 회원국이 각자 정책을 펴왔습니다. 그런데 주요국 다수에서 주택 부족이 심각해지자, EU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번 초안은 그 요구에 대한 응답이자, EU가 단기 임대에 규제 근거를 만드는 첫 시도입니다.
초안에 따르면 각 지방 당국은 '소득 대비 가격 비율' 같은 지표를 근거로 주택난 지역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득에 비해 집값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해당 지역이 '주택 공급 압박' 상태로 판단되면, 단기 임대를 얻는 것과 내놓는 것 모두 제한됩니다. 단기 임대를 목적으로 한 부동산 구매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EU 전역을 한꺼번에 묶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규제가 곧바로 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초안에는 규제 도입 전 단기 임대 활동이 최소 3년 동안 주거 비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집주인이 자신이 실제로 사는 집을 단기간 내주는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제한 권한이 생기더라도, 어디에 언제 적용되는지는 지역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측은 이런 움직임에 반발했습니다.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유럽의 주택 위기는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하며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원인을 단기 임대에서 찾는 EU 집행위원회의 판단과, 공급 부족에서 찾는 사업자 측 주장이 맞서는 지점입니다.
이번 조치는 유럽 전역에서 단기 임대가 사라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방 당국이 주택난 지역으로 지정한 곳에서만 제한이 걸리고, 집주인이 사는 집을 잠깐 내주는 형태는 제외됩니다. 그리고 9일 공개되는 것은 확정된 법이 아니라 초안입니다. 바르셀로나와 피렌체 주민들이 오래 호소해 온 문제가, 이제 EU 차원의 논의 대상이 되는 단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