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사전 주문을 시작한 저가형 이족보행 로봇 '마이크로덕'은 출시 며칠 만에 주문량 1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이 로봇 한 대에는 로보티즈의 'XL330'이 15개씩 들어갑니다. 로보티즈는 완성된 로봇이 아니라, 로봇의 관절과 동작을 만들어내는 구동 부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로봇이 팔리기 전에,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 수요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로보티즈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5만 6,000원 (22.54%) 오른 30만 4,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로보티즈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날 로봇 업종은 5.12% 올랐습니다. 출발점은 실적이었습니다. 로보티즈의 2025년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보다 95.1% 늘어난 154억 원, 영업이익은 726% 늘어난 2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분기 흑자전환입니다.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를 평균한 시장 컨센서스와 비교하면 매출은 14.3%, 영업이익은 80.2% 웃돌았습니다.
그동안 로봇주는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올랐습니다. 실제로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격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분기는 그 순서가 달라졌습니다. 숫자가 먼저 나온 뒤 주가가 따라 올랐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어디서 늘었는지가 드러납니다. 북미 매출은 54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2%, 중국 매출은 15억 원으로 154% 늘었습니다. 두 지역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습니다.
같은 시기에 다시 주목받은 것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조치입니다. FCC는 최근 사이버 보안 위협과 통신망 교란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 로봇 등 중국산 신규 로봇 모델의 인증과 수입을 전면 제한했습니다. 저가 공세로 북미 시장을 넓혀온 중국 로봇 기업의 진입로가 좁아진 셈입니다. 대체 공급망을 찾는 글로벌 빅테크와 산업용 로봇 수요처가 기술 안정성을 입증한 한국 기업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이 관측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실제 발주로 이어졌다는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로보티즈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 주가 63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8월 4일 종가 30만 4,500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근거로 든 것은 허깅페이스 산하 폴렌 로보틱스의 저가형 로봇 흥행이었습니다. 데스크톱 로봇 '리치 미니' 2만 대와 마이크로덕 1만 대의 초기 주문이 이행되면, 로보티즈에 약 33만 개의 액추에이터 수요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계산입니다. 로봇 한 대에 부품 15개라는 구조가 그대로 수요로 환산된 결과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이 있습니다. 33만 개는 지난해 연간 수주량 41만 개의 약 80%에 해당하는 큰 물량입니다. 그런데 골드만삭스가 추정한 예상 매출은 약 66억 원, 지난해 전체 매출 389억 원의 17% 수준입니다. 개수가 늘어난 만큼 매출이 늘지는 않습니다. 저가형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이라 단가가 낮기 때문입니다. 물량 증가폭과 매출 증가폭을 같은 크기로 읽으면 실제 실적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확정된 수치와 추정된 수치를 나눠서 보는 것입니다. 2분기 매출 154억 원과 영업이익 20억 원은 이미 집계된 실적입니다. 반면 목표 주가 63만 원, 추가 수요 33만 개, 예상 매출 66억 원은 모두 골드만삭스가 초기 주문이 이행된다는 가정 위에서 계산한 추정치입니다. 주문량과 실제 인도량은 다를 수 있고, FCC 규제의 반사 효과도 아직 집계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로덕 1만 대에 들어갈 부품은 15만 개입니다. 그 숫자가 실제 출하로 바뀌는지는 다음 분기 실적에서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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