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미 자동차 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 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한 환영사입니다. 이날 현대제철은 이곳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을 열었습니다. 총 58억 달러, 약 8조 원이 투입되는 공장입니다. 한국 철강사가 미국 안에서 자동차용 강판을 직접 만들어, 미국에 있는 자동차 공장에 넣겠다는 계획입니다.
현대제철이 4일(현지 시간) 밝힌 내용에 따르면, HPLS는 현대제철이 지분 50%를 갖고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 포스코가 20%를 나눠 보유합니다. 총투자액은 58억 달러, 약 8조 원입니다. 올해 4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9년부터 연간 약 270만 톤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HPLS는 전기로 일관 제철소입니다. 전기로 방식으로 원료를 넣는 단계부터 최종 제품이 나올 때까지 전 공정을 한 공장 안에서 처리하는 구조입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에 특화된 전기로 일관 제철소로는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계획이 처음 공개된 건 지난해 3월입니다. 정 회장이 백악관에서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HPLS 건설이 포함됐습니다. 올해 1월에는 HPLS 법인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그 사이 설비와 에너지 계약도 마무리됐습니다. 철강 설비는 이탈리아 다니엘리, 주설비는 독일 SMS, 전력은 미국 엔터지, 냉연 설비는 프랑스 피브스가 맡습니다. 현지 인력을 키우기 위한 'RPCC 트레이닝 센터'도 구축 중입니다. 발표에서 기공식까지 1년 3개월, 양산까지는 다시 4년이 남았습니다.
왜 미국인지는 수치가 설명합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8200만 톤으로 세계 3위입니다. 그런데도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매년 2000만 톤 이상을 수입합니다. 특히 열연강판과 냉연도금강판 같은 고부가 판재류는 매년 1000만 톤 이상 수입돼, 전체 철강 수입의 절반을 넘습니다. 철강 가격도 아시아·유럽보다 30% 이상 높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수요 쪽도 큽니다. 미국은 지난해 자동차 1024만 대를 생산한 세계 2위 생산국입니다.
루이지애나 도널슨빌은 인근에 대형 철도사 노선이 있어 육상 물류 요충지로 꼽힙니다. 미시시피강 유역이라 약 7만 톤급 파나막스 선박이 접안할 수 있어, 원료를 들여오고 제품을 실어 내기에 유리합니다. 천연가스와 전력 비용도 국내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고객 접근성도 이유입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은 물론 GM(텍사스), 폭스바겐(테네시), 혼다(앨라배마) 공장과도 가깝습니다.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축사에서 "숙련된 인력과 인프라, 우수한 비즈니스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외국산 철강 제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올렸습니다. 한국에서 실어 보내는 물량에는 이 부담이 그대로 걸립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HPLS는 무역장벽에 따른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글로벌 판매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묘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시점 차이는 남습니다. 착공은 올해 4분기, 양산은 2029년입니다. 관세는 이미 올랐지만 현지 생산 물량이 나오는 시점은 4년 뒤입니다.
HPLS 전기로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기존 고로 방식보다 탄소배출량이 70% 줄어듭니다. 현대제철은 철강 원료를 만드는 설비에서 쓰는 천연가스도 향후 수소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HPLS 생산체제가 안정되면 이를 국내로 확대 적용해, 2050년까지 석탄 기반 제철 공정을 수소 기반으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방침입니다. 정 회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이 철강이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핵심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HPLS는 미국 공장 하나로 끝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현대제철은 현지 고객사 대응으로 쌓은 인지도를 유럽 등 선진 시장 공략에 쓰겠다는 전략이며, "국내 생산 제품의 해외 신규 고객 확보도 가능해져 당진제철소와 순천공장 등 국내 생산 거점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철강 거점이 축소되는 방향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금 확정된 것은 세 가지입니다. 투자액 58억 달러, 생산능력 270만 톤, 양산 시점 2029년. 도널슨빌에서 첫삽을 뜬 오늘 이후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세 숫자가 4년 뒤에도 그대로인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