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도 상장폐지 명단에 오를 수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실적이 아니라 시가총액이 기준선 아래로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2025년 1월부터는 그 기준선이 300억 원으로 올라갈 예정이었습니다. 정부가 이 시행 시점을 6개월 뒤로 미뤘습니다.
재정경제부는 2024년 12월 4일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코스닥 시장 상장폐지 제도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300억 원으로 올리는 조치를 2025년 1월에서 2025년 7월로 6개월 유예합니다. 둘째, 일정한 재무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기준 미달로 퇴출 대상이 되더라도 코넥스 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수 있게 했습니다. 코넥스는 코스닥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소·초기 기업을 위한 별도의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으로, 코스닥보다 상장 요건이 완화되어 있습니다.
이 기준선은 한 번에 올라간 것이 아닙니다. 2024년 2월 발표된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 따라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구조였습니다. 1단계는 2024년 7월 1일 시행됐습니다.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이 기존 15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한 차례 올랐습니다. 2단계는 2025년 1월,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조치로 2단계 시행 시점이 2025년 7월로 밀렸습니다. 기준선 자체가 철회된 것은 아니고, 도달 시점이 반년 늦춰진 것입니다.
시가총액 기준의 특성 때문입니다. 시가총액은 주가에 따라 움직입니다. 기업의 영업 상황이 그대로여도 시장 전체가 하락하면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는 기업 수가 늘어납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코스닥 시장 급락으로 상장폐지를 당하는 기업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준선을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한 번 더 올리는 시점에 시장이 내려가 있으면, 두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겹치게 됩니다.
퇴출 절차 자체에도 예외가 만들어졌습니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확정된 종목을 투자자들이 매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허용하는 거래 절차입니다. 재무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시가총액 기준에 따른 상장폐지 대상이 되더라도 이 정리매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존 가격을 유지한 채 코넥스 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수 있습니다. 대상은 두 유형입니다. 최근 3개 연도 중 2개 연도의 영업이익이 흑자인 기업, 그리고 최근 3개 연도 중 1개 연도의 영업이익이 흑자이면서 자기자본이 200억 원 이상인 기업입니다.
다만 모든 기업에 열린 길은 아닙니다. 자본잠식 기업은 이전 상장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자본잠식은 누적 결손금이 자본금을 잠식해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어지거나 마이너스가 된 재무 상태를 말합니다. 절차상 걸림돌 하나는 완화됐습니다. 코넥스 상장 요건 중 하나인 지정자문인 선임은 코넥스로의 신속한 이전을 위해 일정 기간 유예됩니다. 재정경제부는 부실 기업을 신속히 퇴출하면서 동시에 우량 기업에는 재기할 기회를 부여해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판단을 밝혔습니다.
이번 조정은 코스닥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6개월 유예와 흑자 요건 충족 시 코넥스 이전이라는 동일한 방식이 코스피 시장에도 적용됩니다. 코스피 시장의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2025년 7월부터 기존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코스닥과 코스피 모두 2025년 7월이 다음 분기점이 됩니다.
시가총액 기준 미달이 곧 즉시 퇴출을 뜻하지는 않게 됐습니다. 최근 3개 연도 중 2개 연도 영업이익이 흑자이거나, 1개 연도 흑자이면서 자기자본 200억 원 이상이고 자본잠식이 아닌 기업은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 상장하는 경로가 있습니다. 기준선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코스닥 300억 원과 코스피 500억 원은 2025년 7월로 시점이 옮겨졌을 뿐입니다.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명단에 올라 있던 기업들에게는, 반년의 시간과 하나의 갈림길이 함께 생긴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