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방송을 켰는데 콘서트가 흘러나옵니다. CJ온스타일이 최근 진행한 다이나믹듀오 콘서트 라이브커머스는 티켓을 파는 방송이 아니었습니다. 아티스트와 팬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장면 자체가 방송의 내용이었고, 그 장면을 보다가 티켓을 사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방식은 한 회사의 실험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복합몰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CJ온스타일은 라이브커머스를 판매 방송이 아니라 콘텐츠를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영상 방송과 상품 판매를 결합한 온라인 커머스 형식입니다. 다이나믹듀오 콘서트 방송에서는 공연 티켓 판매를 넘어, 아티스트와 팬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콘텐츠를 그대로 방송으로 풀어냈습니다. 콘텐츠 자체가 구매 동기가 되는 형태를 선보였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옵니다. 순서가 뒤집힌 셈입니다. 상품을 설명한 뒤 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게 한 뒤 사게 합니다.
여행 상품에서도 같은 전략이 적용됩니다. CJ온스타일은 스위스, 캐나다 등 해외 여행 상품을 소개할 때 일정과 가격을 나열하는 대신 현지 풍경과 문화, 미식, 이동 동선까지 영상 콘텐츠로 담습니다. 고객이 여행지를 미리 다녀온 듯한 몰입감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행 상품보다 '가보고 싶은 경험'을 먼저 설계하는 콘텐츠 경쟁력이 차별점으로 꼽힙니다. 예전 홈쇼핑 여행 방송이 출발일과 최저가를 강조했던 것과는 다른 접근입니다.
왜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구조는 단순합니다. 고객이 오래 머무를수록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안에 스포츠몬스터, 아쿠아필드, 별마당도서관 같은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며 쇼핑과 여가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사러 온 사람만 받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쓰러 온 사람을 받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참여와 체류를 먼저 만들고, 그것을 구매로 연결하는 순서입니다.
상식과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 있습니다. 유통업체에게 구매하지 않는 방문객은 통상 비용입니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을 중심으로 디즈니, 미피, 포켓몬, 해리포터 등 인기 IP 팝업과 문화 전시를 잇달아 선보이며 쇼핑 공간을 콘텐츠 체험 공간으로 바꿔왔습니다. IP 팝업은 인기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체험·전시 행사입니다. 상품 구매보다 방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고객이 늘면서, 팝업과 전시는 백화점의 핵심 집객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같은 흐름이 상위 고객층에서는 다른 형태로 나타납니다. 롯데백화점은 울릉도 럭셔리 리조트와 미쉐린 셰프 다이닝, 드라이빙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프라이빗 투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여행과 럭셔리 리조트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상품 구매를 넘어선 경험 제공으로 서비스 경쟁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업계는 이 전체 흐름을 '경험 커머스' 경쟁으로 해석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은 이제 상품 자체보다 상품을 통해 얻게 되는 경험과 스토리에 더 큰 가치를 둔다"며 "앞으로 유통업계는 공연, 여행, 팬덤, 문화 콘텐츠 등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중심으로 콘텐츠 커머스를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팝업과 전시는 백화점이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해 마련한 집객 콘텐츠입니다. 구매하지 않고 관람만 하는 방문도 업계가 목표로 삼는 방문에 포함됩니다. 반면 미쉐린 셰프 다이닝이나 프라이빗 투어처럼 리조트·다이닝이 결합된 프로그램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므로,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이나믹듀오 콘서트 방송처럼, 이제는 사기 전에 즐기는 순서가 먼저 옵니다. 방송을 켠 이유와 결제한 이유가 같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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