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컵에 "회피하지 말고 해피하기"라고 적혀 있습니다. 옆에는 중생 모양 인형 키링과 '아이러브부타' 티셔츠가 놓여 있습니다. 공항 안의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백화점과 쇼핑몰이 반복해서 꺼내 든 카드입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몰은 김포공항점에서 이달 9일까지 '힙불교' 팝업스토어를 운영합니다. 불교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한 4개 브랜드가 참여했습니다. 힙부즈, 하나바나마, 붓다를 붓다, 니르바입니다. 판매 품목은 티셔츠와 키링, 머그컵, 액세서리 같은 라이프스타일 상품입니다. '회피하지 말고 해피하기 머그컵', '중생인형 키링', '육자진언 체인 팔찌', '아이러브부타 티셔츠'가 대표 상품으로 소개됐습니다. 경전이나 법구가 아니라,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입니다.
시간을 되짚으면 흐름이 보입니다. 아이파크몰은 지난해 6월 용산점에서 첫 불교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하루 평균 1000여 명이 방문했습니다. 반응을 확인한 뒤, 올해 초 불교 브랜드 '해탈컴퍼니'와 함께 두 번째 팝업을 마련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부산본점의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숍 '시시호시'에서 불교를 활용한 팝업을 진행했습니다. 일주일간 구매 고객 수가 약 3000명이었습니다. 방문객이 아니라 실제로 물건을 산 사람 기준입니다. 한 번 해보고 끝난 게 아니라, 같은 기획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김포공항점 팝업에는 상품 외에 체험형 콘텐츠가 함께 들어갔습니다. 힙부즈는 '부처님 즉석 가피복권 가피또'를 무료로 증정합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 사회의 고민에 빗대어 재치 있게 풀어낸 방식입니다. 또 하나는 '대리 기도'입니다. 방문객이 염원을 담은 문장을 적어 팝업스토어 담벼락에 붙이면, 행사가 끝난 뒤 그 메모를 사찰에 전달해 소원을 대신 빌어줍니다. 굿즈를 사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붐의 배경으로 "올해 불교박람회가 성료하는 등 화제가 되면서 붐이 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힙불교'는 젊은 층 트렌드로 소개되지만, 유통업계가 주목한 지점은 조금 다릅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팝업의 구매 고객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전체의 약 80%였습니다. 젊은 층이 주축인 건 분명합니다. 다만 업계가 팝업을 반복하는 이유로 꼽은 건 그 밖의 고객층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 고객을 공략할 수 있는 이색적인 콘텐츠인 동시에 가족 단위 고객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불교 관련 팝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종교를 소재로 쓰면서도 세대와 무관하게 진입 장벽이 낮다는 판단입니다.
현장을 기획한 쪽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박재우 롯데백화점 아울렛·몰 슈즈&핸드백팀장은 "최근 불교를 재해석한 브랜드가 젊은 세대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는 문화 경험으로, 기성세대에게는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객 취향을 반영한 트렌디한 이색 팝업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즐거움과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머그컵이 한쪽에는 농담으로, 다른 쪽에는 문장으로 읽히는 구조입니다.
롯데몰 김포공항점 '힙불교' 팝업스토어는 이달 9일까지 운영됩니다. 구매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두 가지 있습니다. 힙부즈가 무료로 주는 '가피또'와, 담벼락에 소원 메모를 붙이면 행사 종료 후 사찰에 전달해주는 '대리 기도' 체험입니다. 굿즈 구경만 하고 나올 생각이었다면 이 두 개는 챙길 만합니다. "회피하지 말고 해피하기"라고 적힌 머그컵은 그 담벼락 옆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