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바는 없지만 계속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4일 호르무즈해협 파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입니다. 부인도 확정도 아닌 이 한 문장이 지금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합니다. 청와대는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병력이 나가면 2004년 자이툰부대의 이라크행 이후 22년 만에 미국의 요청에 따른 파병이 됩니다.
4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지만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토 대상은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이며, 여기에 군사적 기여도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군사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상황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파병 가능성을 상당 부분 열어둔 것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이번 검토가 갑자기 등장한 사안은 아닙니다. 이 관계자는 영국·프랑스·미국이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위한 연대를 제안했을 때 한국이 적극 참여하며 협의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즉 파병 여부를 새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진행돼온 협의가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가 지금의 쟁점입니다. 시간의 무게도 있습니다. 미국의 요청에 따른 파병은 2004년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견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실제 결정이 내려지면 22년 만의 사례가 됩니다.
여기서 용어를 짚어야 합니다. 헌법상 '파병'은 규모와 상관없이 병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것을 뜻합니다. 대규모 전투 부대만 파병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군사적 기여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전투도 있고 비전투도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드시 전투나 대규모 병력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부가 보낼 수 있는 전력으로는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와 해군 군수지원함 등이 거론됩니다. 해상초계기는 바다 위 항공 감시를, 군수지원함은 함정에 연료와 물자를 공급하는 임무를 맡는 전력입니다.
앞서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건 상정과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파병 같은 안보 현안을 심의하는 대통령 직속 회의체입니다. 그런데 청와대의 설명은 그보다 앞선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국내법 절차는 결국 국회와의 협의, 국회의 동의를 의미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 있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와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입니다.
검토의 기준선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반도 방위에 필요한 전력을 유지하는 선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기여 방식을 찾겠다는 취지입니다. 전투와 비전투를 모두 열어둔 것도 이 기준과 맞물립니다. 다만 어떤 전력을 어느 규모로 보낼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점을 청와대는 반복해 밝혔습니다.
지금은 '검토 단계'라는 사실입니다. 청와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을 뿐, 파병을 결정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파병 여부를 가늠할 지점은 절차입니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국내법 절차는 국회와의 협의와 국회 동의를 뜻하고,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안건 상정과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처리 여부가 확인 가능한 신호가 됩니다. 앞으로 나올 보도를 볼 때도 '검토'와 '동의안 제출'을 구분해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정해진 바는 없지만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4일의 답변은, 아직 국회로 공이 넘어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