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거치자, 50대 그룹 상장사 269곳의 이사 자리 47개가 사라졌습니다. 지난해 1,780명이던 이사는 올해 1,733명이 됐습니다. 한 회사의 사정이 아닙니다. 카카오와 롯데, 삼성, LS, 한화가 나란히 이사회 규모를 줄였습니다. 오는 4월 10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개정 상법이 시행됩니다.
6일 재계 취재 보도에 따르면,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50대 그룹 상장사 중 전년과 비교 가능한 269개사의 올해 정기 주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이사 수는 1,733명이었습니다. 지난해 1,780명보다 47명, 2.6% 줄어든 수치입니다. 같은 269개사 기준으로 사내이사는 843명에서 807명으로 36명(4.3%) 감소했습니다. 사외이사는 937명에서 926명으로 11명(1.2%) 줄었습니다. 회사 내부 임원이 맡는 사내이사 쪽이 더 크게 줄어든 셈입니다.
이사를 가장 많이 없앤 곳은 카카오로 14명이었습니다. 이어 롯데가 13명, 삼성이 9명, LS가 7명, 한화가 6명 순으로 이사회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줄인 곳은 규모가 작은 회사가 아니라, 자산총액 2조 원 기준선을 넘어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 대상이 된 주요 기업들입니다. 숫자를 줄인 시점도 겹칩니다. 개정 상법 시행일인 4월 10일을 앞둔 올해 정기 주총이었습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뽑을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 한 명에게 전부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가 이사회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뽑을 이사 수'입니다. 한 번에 선출하는 이사가 많을수록 몰아줄 수 있는 표도 늘어납니다. 반대로 한 번에 뽑는 이사 수를 줄이면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모으는 효과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이사회 규모 축소와 임기 조정이 동시에 나타난 이유입니다.
269개사 가운데 14곳은 여러 이사의 임기 만료 시점이 한꺼번에 겹치지 않도록 시기를 분산했습니다. 임기가 동시에 끝나면 그해 주총에서 여러 자리를 한 번에 뽑아야 하고, 그만큼 표를 모을 여지도 커집니다. 한화그룹은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주요 계열사의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확대했습니다. 정관상 상한을 손본 곳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모회사 한진칼은 호반건설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0.42%까지 좁히자, 이사회 규모를 기존 '3인 이상 11인 이내'에서 '3인 이상 9인 이내'로 조정했습니다.
기업들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이후 주주 표심 관리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와의 소통과 주주환원을 강화해 회사가 추천한 이사 후보의 당선을 유인하고, 추천 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쓸 전망입니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익이 향상된 만큼 경영권 방어 수단도 형평성에 맞게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재계가 대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창업주나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그리고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가 시세보다 싸게 지분을 살 수 있게 하는 포이즌필입니다.
집중투표제가 실제로 얼마나 작동할지는 '한 번에 몇 자리를 뽑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확인할 지점은 회사의 정관입니다. 이사 정수의 상한이 몇 명인지, 이사 임기가 2년인지 3년인지, 임기 만료 시점이 한 해에 몰려 있는지 흩어져 있는지입니다. 이 세 항목은 모두 올해 주총에서 기업들이 손본 부분이고, 주총 안건과 공시 자료로 공개되는 내용입니다. 올해 정기 주총을 거치며 사라진 이사 자리는 47개였습니다. 제도는 4월 10일부터 시행되지만, 그 제도가 놓일 자리의 개수는 그 전에 이미 조정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