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국립대 학생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합니다. 청년 지원과 지방 성장지원, AI·전략기술 투자와 인재 양성도 함께 시작됩니다. 2027년도 미래대응기금 162조 3,000억 원 가운데 45조 4,000억 원이 이런 사업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돈을 담아둔 저수지의 실질 운용기간은 4~5년으로 계획되고 있습니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기간이 지출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4~5년 내 마무리할 수 있는 사업을 구분하고 있다"는 취지로 밝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식적인 기금 존속기간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 이 기금의 실질적인 운용을 4~5년 단위로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재명 정부 임기가 끝나는 시점과 대체로 겹칩니다.
기금의 핵심 재원은 추가세수입니다. 반도체 경기 호황처럼 경기 사이클에 따라 더 걷히는 세금을 말합니다. 2027년에만 162조 3,000억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같은 규모를 채울 수 있는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이 기금을 호황기에 세수를 쌓아두고 불황기에 꺼내 쓰는 '재정 저수지'라고 설명하며, 영속적인 재정안정 장치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문제는 지출의 성격입니다.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 청년 지원, 지방 성장지원, AI 인재 양성과 전략산업 지원은 한 해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방미래성장지원금과 국민생활권 복합센터도 4대 분야 사업에 포함돼 있습니다. 기금의 실질 운용이 4~5년에 그치면, 이 사업들은 일반회계 즉 본예산으로 넘겨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금 재원이 줄어드는 시점과 지속사업의 부담이 본예산으로 넘어오는 시점이 겹칠 수 있습니다.
그 사이 고정 부담은 이미 커지고 있습니다. 내년 국고채 이자비용은 40조 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7.4% 늘어납니다. 같은 기간 국고채 잔액 증가율은 7.6%에 그칩니다. 빌린 돈보다 이자가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나는 셈입니다.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한 국고채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더 높은 금리로 다시 발행해야 하는 물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내년 발행 예정액 222조 8,000억 원 중 110조 7,000억 원이 이런 차환 물량입니다. 신규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도 올해 1월 3.18%에서 7월 4.07%로 올랐습니다.
법으로 지출이 정해진 의무지출도 함께 늘어납니다. 기초연금은 올해 23조 1,378억 원에서 연평균 6.8% 늘어 2030년 30조 862억 원이 될 전망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의 국가 부담액은 22조 4,665억 원에서 연평균 13.9%씩 뛰어 37조 8,352억 원으로 늘어납니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도 확대됩니다. 이를 모두 합친 의무지출은 올해 387조 6,640억 원에서 2030년 537조 8,548억 원으로 불어납니다. 2026~2030년 연평균 증가율 8.5%는 1년 전 전망보다 2.2%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불황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만큼 기금을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지출 수준도 경제 상황과 재정 여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자 부담도 감당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전망대로면 국고채 이자비용은 2030년 51조 1,000억 원으로 늘지만, 경상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올해 1.23%에서 1.44%로 오르는 데 그칩니다. 반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OECD 평균이라는 숫자만으로 현재의 재정 상황을 안심하기는 어렵다"며 "국채가 계속 늘어나고 이자 부담까지 커지는 상황에서는 향후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금이 유지되는지 아닌지는 매년 예산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방국립대 등록금 지원이나 청년 지원 같은 사업의 재원이 미래대응기금으로 표기되는지, 일반회계로 옮겨 표기되는지를 보면 됩니다. 일반회계로 넘어간 사업은 추가세수가 아니라 본예산에서 매년 마련해야 하는 돈이 됩니다. 등록금 고지서에 찍힌 0원이 5년 뒤에도 그대로일지는, 저수지가 아니라 본예산이 답하게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