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하루, 남은 것은 서류 세 장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오텔 드 마리니. 양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30여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논의된 분야는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에너지, 탈탄소 모빌리티, 바이오·뷰티까지 걸쳐 있었습니다. 하루 일정이 끝난 뒤 문서로 남은 것은 협약 3건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9일, 8일(현지 시간) 프랑스경제인협회(MEDEF)와 공동으로 '한국-프랑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입니다. 한국에서는 류진 한경협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자은 LS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자코브 에어리퀴드 최고경영자, 장 르미에르 BNP파리바 회장, 아르튀르 망슈 미스트랄 AI 최고경영자가 자리했습니다.
이 행사는 경제단체가 단독으로 연 행사가 아닙니다. 대통령 국빈 방문 일정 안에 배치됐고, 주최도 한경협과 MEDEF 공동이었습니다. 순서는 논의가 먼저, 문서가 나중입니다. 회의장에서 AI·양자·에너지·모빌리티· 헬스뷰티 협력 방안이 오간 뒤,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미스트랄 AI의 투자협약, 코스맥스와 로레알의 업무협약, 한국수력원자력과 오라노의 협력의향서 3건이 체결됐습니다.
논의의 구조는 서로 없는 것을 채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양자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하드웨어 기술과 한국의 반도체·AI 인프라를 결합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AI 분야에서는 네이버와 최첨단 AI 모델 개발사인 미스트랄 AI가 소버린 AI와 AI 팩토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소버린 AI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언어와 데이터, 인프라로 운영하는 AI를 말합니다. AI 팩토리는 모델 학습과 추론을 돌리는 대규모 컴퓨팅 설비를 뜻합니다. 전력 분야에서는 LS가 프랑스 전력망 현대화에 케이블·전력 솔루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현대차는 프랑스를 '미래모빌리티학교'의 첫 유럽 진출국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코스맥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뷰티·바이오 협력 확대 방안을 공유했습니다.
테이블에 오른 분야는 다섯 갈래가 넘지만, 문서로 확인된 것은 3건입니다. 세 건의 성격도 같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와 미스트랄 AI는 투자협약, 코스맥스와 로레알은 업무협약, 한국수력원자력과 오라노는 협력의향서입니다. 협력의향서는 정식 계약 전 단계에서 협력 의사를 문서로 확인하는 약정입니다. 네이버와 미스트랄 AI의 소버린 AI 협력, LS의 전력망 참여 방안, 현대차의 유럽 진출 계획은 이번 3건의 협약 목록에는 들어 있지 않은, 회의장에서 논의된 항목입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프랑스의 과학기술·창의성과 한국의 첨단 제조·혁신 역량을 결합해 경제협력의 지평을 첨단산업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석자 구성도 이 말과 맞물립니다. 반도체와 인터넷 플랫폼, 전력 케이블, 완성차, 원자력, 화장품 제조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특정 산업 하나가 아니라 산업 목록 전체를 놓고 협력 틀을 짠 형태입니다.
앞으로 나올 한·프랑스 협력 발표를 읽을 때는 문서의 단계를 구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투자협약은 자금 집행을 전제로 한 약정, 업무협약은 협력 범위를 정한 약정, 협력의향서는 정식 계약 전 단계의 의사 확인입니다. 이번에 체결된 3건은 각각 이 세 단계에 하나씩 해당합니다. 파리 회의장에서 오간 나머지 논의가 어느 단계의 문서로 옮겨지는지가 다음에 확인할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