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속도전이기 때문에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대도약의 찬스를 잃는 상황이 생깁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 사랑재에서 한 말입니다. 그가 국회에 요청한 것은 지원 확대가 아니었습니다. "국내 변수를 줄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업이 국제정세 변화에 맞춰 이미 예정된 투자와 계획을 실천할 수 있게 해달라는 뜻입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국회 경제대도약위원회'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국회에서는 조정식 국회의장, 김성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유동수 정무위원장, 고용진 국회사무총장이 참석했습니다. 재계 참석자 명단은 더 길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김정일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SK·현대차·LG·한화·롯데지주·POSCO홀딩스·HD현대·GS·이마트·대한항공·CJ·두산·HS효성첨단소재의 사장·부회장·부사장급 임원이 자리했습니다. 개별 기업의 민원 창구가 아니라, 주요 그룹이 한자리에 모인 협의 테이블이라는 점이 이 출범식의 성격입니다.
이 위원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조직이 아닙니다. 시작은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이 최태원 회장에게 협력체계 구축을 공식 제안했고,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출범 시점도 우연이 아닙니다. 이날은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시작된 시기와 겹칩니다. 정기국회는 예산과 법안 처리가 집중되는 기간입니다. 조 의장은 경제계가 제안하는 과제들이 국회에서 "효능감 있는 결실"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논의를 위한 논의로 끝내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민관 협의체가 흐지부지되는 흔한 이유는 논의 결과를 받아 처리할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이번 위원회는 그 지점을 조직도로 풀었습니다. 공동위원장은 조정식 국회의장과 최태원 회장이 함께 맡습니다. 그 아래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 체계에 맞춰 3개 분과를 신설했고, 각 상임위원장이 직접 분과장을 겸합니다. 제1분과 산업은 김성원 산자위원장, 제2분과 조세·재정은 조승래 재경위원장, 제3분과 공정거래·자본시장은 유동수 정무위원장입니다. 경제계에서는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합니다. 법안을 심사하는 상임위원장이 곧 분과장이라는 구조입니다.
대한상의는 이날 '경제대도약을 위한 경제계 제언'을 국회에 공식 전달했습니다. 산업 현장의 건의를 모아 전문가 자문을 거쳐 3대 어젠다로 압축한 문서입니다. 첫째는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 활력 제고입니다. 첨단산업 규제 혁신, 기업 성장 유인을 위한 법제 정비,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책 마련이 담겼습니다. 둘째는 미래 성장 동력 확충과 경제안보 대응 강화로, 인공지능 등 첨단 신산업 육성 지원과 공급망 안정성 확보, 세제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셋째는 기업 활성화와 금융시장 제도 개선입니다. 공정거래제도 선진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합리화가 포함됐습니다. 세제 지원 요청이 들어 있지만, 최 회장이 발언에서 먼저 꺼낸 것은 예측 가능성과 속도였습니다.
최 회장은 "기업의 혁신 속도와 입법 속도를 맞추는 밸런스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듯 법과 제도도 끊임없이 상황에 맞게 바꿔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 번 만든 제도를 오래 유지하는 것보다, 상황 변화에 맞춰 계속 손보는 쪽이 낫다는 요구입니다. 국회 측 인식도 대전환기라는 진단에서 출발합니다. 조 의장은 "전 세계가 국제정세와 인공지능 혁명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바로 이럴 때 국가 경제의 미래와 도약을 위해 정부와 기업, 국회가 함께 힘을 합해 협력을 단단히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일회성 간담회가 아니라 상시 협력체로 설계됐습니다. 따라서 확인할 것은 출범식 자체가 아니라, 전달된 3대 어젠다가 이후 어떤 법안과 제도 개선으로 나타나는지입니다. 특히 산업, 조세·재정, 공정거래·자본시장 세 분과의 소관 상임위 논의를 보면 제언의 실제 처리 여부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기업 관련 규제나 제도 개선 건의를 갖고 있다면, 대한상의가 산업 현장 건의를 모아 제언으로 정리하는 경로가 이번에 공식화됐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창구는 대한상의입니다. 최 회장은 위원회 이름을 두고 "말 그대로 대도약을 진짜 이뤄내보도록 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속도전이라는 그의 진단이 맞다면, 답은 정기국회 100일 안에 일부 드러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