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만 5,934주 가운데 509만 2,810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한 사람의 감사위원 선임안에 쏠린 찬성표입니다. 찬성률은 81.8%였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표결에 부쳐진 반대편 후보의 찬성률은 27.93%에 멈췄습니다. 두 숫자의 격차는 지분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3기 임시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최대 승부처는 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이었습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 선임안은 출석 의결권 622만 5,934주 가운데 509만 2,810주의 찬성을 받아 찬성률 81.8%로 가결됐습니다. 반대편에서 올라온 후보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인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입니다. 박 후보 선임안의 찬성률은 27.93%였습니다. 두 후보의 선임안은 각각 표결에 부쳐져 찬성률도 따로 집계됐습니다.
이번 주주총회를 거치며 고려아연의 이사회 정원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기존 14명에서 19명으로 5명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자리를 포함해 이사회를 다시 세어보면 최윤범 회장 측이 12명,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7명입니다. 12대 7 구도입니다. 감사위원 한 자리의 승패가 이 구도 위에 얹혔습니다. 백 후보 선임으로 최 회장 측은 이사회 안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습니다. 표 대결의 결과가 회의체 정원 변화와 함께 읽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감사위원 투표에는 '3%룰'이 적용됐습니다.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합산해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규정입니다. 지분을 30% 갖고 있어도, 40% 갖고 있어도, 이 안건에서는 3%만큼만 표로 계산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감사위원 선임은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지분율 순위와 표결 결과가 어긋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안건으로 꼽힙니다. 이번 표결의 찬성률 격차도 이 규정이 적용된 상태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박유경 후보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내세운 인물입니다. 그런데도 찬성률은 27.93%에 그쳤습니다. 출석 의결권의 3분의 1에도 닿지 못한 수치입니다. 반대로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는 81.8%를 받았습니다. 같은 주주들이 같은 자리에서 던진 표인데 결과는 이렇게 벌어졌습니다. 지분 다툼이 곧 표 다툼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 두 숫자가 보여줍니다. 3%룰이 적용되는 안건에서는 소수주주와 기관투자가의 표가 상대적으로 무거워집니다.
감사위원 한 자리가 왜 최대 승부처로 불렸는지는 그 권한에서 나옵니다. 감사위원은 회사 안에서 이사의 직무를 감시합니다. 그리고 회사 장부를 열어볼 수 있는 열람권을 가집니다. 경영 판단의 근거가 된 서류와 회계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감사위원 선임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가를 변수로 꼽혀 왔습니다. 이사회 의석 하나를 더하는 문제가 아니라, 회사 내부를 들여다보는 권한이 어느 쪽에 놓이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주주총회 안건은 전부 같은 방식으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는 3%룰이 적용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합산 3%까지만 인정됩니다. 보유 주식 수와 실제 표결 영향력이 달라지는 지점입니다. 자신이 주주로 참여하는 회사의 소집통지서를 볼 때, 안건 목록에서 감사위원 선임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622만 주 가운데 509만 주가 한쪽으로 간 이번 결과도, 지분 크기가 아니라 이 계산 규칙 위에서 만들어진 숫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