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8일 현지 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 뒤 인도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4703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사상 최고치입니다. 다음 날 서울에서는 전선과 변압기를 만드는 회사들의 주가가 동시에 움직였습니다. 하루짜리 반등이 아닙니다. 구리 재고가 줄어드는 흐름,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을 끌어당기는 흐름이 그 아래에 깔려 있습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현재 LS는 전 거래일보다 11% 오른 33만 6500원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전선 계열사인 가온전선은 16.92% 급등했습니다. LS에코에너지, LS ELECTRIC, LS머트리얼즈, LS마린솔루션도 3.25~5.36% 범위에서 함께 올랐습니다. 전선, 초고압 변압기, 해저케이블처럼 전력을 보내는 설비를 만드는 계열사에 매수세가 몰린 모습입니다. 특정 회사의 실적 발표가 있었던 날은 아닙니다. 움직인 것은 원자재 가격이었습니다.
구리 가격이 오른 것은 이날 하루의 일이 아닙니다. LME 구리 가격의 올해 상승률은 18%에 달합니다. 재고 흐름도 같은 방향입니다. LME 창고의 구리 재고는 5월 말보다 40% 줄었고,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재고는 3월 고점 대비 85% 감소해 6만 3000톤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반대로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 쪽 재고는 69만 6000톤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이 구리에 관세를 매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물량이 미국으로 먼저 쏠린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왜 원자재값 상승이 전선 회사에 호재로 읽혔을까요. 구리는 전선의 원료이자 원가의 큰 부분입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전선 및 초고압 전력기기 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판가에 연동시키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구리 가격 급등 시 재고자산 평가이익과 판가 상승 효과가 동시에 반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료값이 오르면 납품 가격도 따라 오르고, 이미 사둔 구리의 장부상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력망 수요가 늘어난다는 전망이 겹쳤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세계 구리 광산 생산의 25%를 담당하는 칠레에서는 반대 일이 벌어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칠레의 8월 구리 수출액은 전월보다 14% 줄어든 46억 2000만 달러로, 2025년 7월 이후 최저치였습니다. 남반구 겨울철 폭우와 폭설로 주요 광산 조업과 항만 선적이 멈춘 탓입니다. 8월 평균 전기동 가격은 톤당 1만 4353달러로 1년 전보다 49% 올랐는데도, 실제 실어 보낸 양은 줄었습니다. 전기동은 전기분해로 정련한 순도 99.95% 이상의 구리로, 전선과 배관 등에 주로 쓰입니다.
수요 쪽에서는 평소 원자재와 거리가 있던 기업들이 등장했습니다. 캐나다 광산기업 아이반호마인즈는 콩고 웨스턴 포어랜드 광산의 구리 매장량을 1200만 톤으로 30%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장기 구매 계약과 광산 지분 투자를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증권가 관계자는 세계적인 구리정광 공급 부족이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결손이라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며, 구리 가격의 장기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는 증권가 측 전망이며, 관세 부과 여부 등 확정되지 않은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 주가 움직임의 출발점은 개별 기업 실적이 아니라 구리 재고와 출하량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켜볼 지표도 회사 발표가 아닙니다. LME와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구리 재고가 계속 줄어드는지, 칠레의 월별 구리 수출액이 기상 회복과 함께 돌아오는지, 미국의 관세 부과 관측이 실제 조치로 이어지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방향을 바꾸면 원료값과 제품 판가를 잇는 고리도 함께 달라집니다. 9월 8일 톤당 1만 4703달러라는 숫자는 그 고리가 지금 어디까지 당겨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구리 사상 최고가에 전력망 공급난 겹쳐… LS 그룹주 일제 급등 [줍줍리포트]](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09/news-p.v1.20260909.63be6146dda34c6db4e1fcb0dd340072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