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 추가 세수가 벌어준 시간을 어떻게 잠재성장률 상승으로 연결시키느냐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경제부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지난 2분기 한국의 국민 실질소득은 36년 만에 가장 빠르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가계로 들어간 돈은 1.9% 증가에 그쳤습니다. 숫자 두 개의 간격이, 이번 소득 급증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9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보다 3.1% 늘었습니다. 실질 GNI는 국내에서 생산한 부가가치에 수출·수입 가격 변화에 따른 손익과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더한 것으로, 국민 전체의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였습니다. 소득이 생산보다 5배 이상 빠르게 늘어난 셈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6% 증가해 1988년 4분기(15.7%)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1인당 GNI는 12년째 3만 달러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올해는 사상 처음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초 2028년께로 예상됐던 시점이 약 2년 앞당겨진 것입니다. 국제 순위도 바뀔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GNI에서 일본에 역전당했지만, 올해는 원화 강세와 소득 증가가 겹쳐 다시 앞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대만은 지난해 이미 4만 달러를 넘었고 올해도 실질 GDP가 10%를 웃도는 성장세가 예상돼, 추월은 쉽지 않다는 전망입니다.
배경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교역조건 개선입니다. 교역조건은 수출가격과 수입가격의 상대적 비율로,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오르면 같은 물량을 팔아도 더 많은 수입품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인공지능 투자가 확산되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자 반도체 수출가격이 크게 올랐고, 수출가격 상승률이 수입가격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둘째는 원화 강세입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늘어납니다. 소득 증가와 환율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2분기 명목 GDP는 전년 동기 대비 26.4%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내수 부문의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3.6%에 그쳤습니다. 수출 디플레이터 상승폭의 16분의 1 수준입니다. 국내 경제 전반이 달아오른 것이 아니라, 반도체 중심의 수출가격이 명목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뜻입니다. 기업과 가계 사이의 격차도 뚜렷했습니다. 기업 이익에 해당하는 2분기 총영업잉여는 전분기 대비 18.5% 증가해 통계 공표가 시작된 201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가계의 주요 소득원인 피용자보수는 1.9% 증가에 머물렀습니다. 민간소비는 0.4%, 정부소비는 0.1% 늘었을 뿐입니다.
2분기 총저축률은 45.6%로 전분기보다 3.9%포인트 올라 1970년 1분기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국내총투자율은 25.3%에서 24.2%로 떨어져 1975년 3분기(22.0%) 이후 51년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다만 이를 투자 급감으로만 읽기는 어렵습니다. 소득이 투자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 전체 소득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 이익이 설비투자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 성장률을 지탱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남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업소득 증가가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화학·조선 등 다른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하반기 법인세 중간예납과 기업 배당, 성과급 지급을 거치며 기업 이익이 가계소득으로 이전되고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3%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무게중심은 다릅니다. 수출과 설비투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상반기 실질임금 상승률이 0.3%에 그쳐, 가계가 체감하는 소득 여건 개선은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성장률 전망치는 3.2%를 제시했습니다.
'국민소득 4만 달러'와 '내 월급'은 다른 숫자입니다. 2분기 실질 GNI는 전년 대비 15.6% 늘었지만 상반기 실질임금 상승률은 0.3%였습니다. 뉴스에서 국민소득 지표를 볼 때 실질 GNI와 실질임금·피용자보수를 나눠 보면, 그 증가가 어디까지 도달한 것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목한 확산 경로는 하반기 기업 배당과 성과급입니다. 이 시기 가계소득 지표가 실제로 움직이는지가 확인 지점이 됩니다. 저출산·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같은 구조적 요인이 그대로 남는다면, 수출가격과 환율이 밀어올린 소득은 다시 정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36년 만의 기록과 1.9%라는 두 숫자의 간격이, 지금 한국 경제가 서 있는 지점입니다.
![국민소득 12년 만에 ‘3만弗 늪’ 탈출…“저출산 등 해결 없인 재추락 우려” [Pick코노미]](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08/rcv.YNA.20260308.PYH2026030608870005400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