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비로 산 조끼, 위원장 장인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조끼 한 벌에 8,500원. 삼성전자 최대 노조가 집회에 쓰려고 구매한 조끼의 단가입니다. 함께 견적을 낸 세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끼를 납품한 회사의 대표는 노조위원장의 장인이었습니다. 가장 싼 값에 산 물건이, 어떻게 논란의 중심이 됐을까요.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가 참여한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3월 이후 집회와 홍보 활동에 필요한 물품·용역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집회용 조끼 일부를 대성종합물산에서 구매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최승호 삼성지부 위원장의 장인입니다. 당시 조끼 1벌당 견적은 인쇄비를 포함해 티마케팅 1만2,000원, 대성종합물산 8,500원, 선호사 1만 원이었습니다. 공동투쟁본부는 이 가운데 대성종합물산과 선호사 두 곳에 조끼를 발주했습니다.
초기업노조 삼성지부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입니다. 공동투쟁본부는 이 노조가 참여해 집회·홍보 활동의 물품과 용역 계약을 집행한 연대 조직입니다. 조끼 구매는 지난 3월 이후 이어진 계약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에는 업체별 발주 수량과 실제 지급된 총 계약금액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단가는 확인됐지만, 거래 규모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성종합물산 측은 계약과 별도로 집회 준비 과정에서 이동 지원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의 집회 물품 구매에 들어가는 재원은 조합비입니다. 조합원들이 매달 낸 돈이 물품 대금으로 나갑니다. 그래서 노조 계약에서는 가격이 적정한지와 함께, 결정하는 사람이 그 거래로 이득을 볼 위치에 있지 않은지가 함께 따져집니다. 이해충돌은 의사결정권자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조직의 이익과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실제로 손해가 났는지와는 별개로, 그런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됩니다. 최 위원장 측은 해당 계약이 공동투쟁본부 집행부의 동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성종합물산은 비교 대상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공동투쟁본부가 요구한 납품 일정도 맞출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격과 납기, 두 조건에서 불리할 것이 없었던 셈입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가족 특혜'와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노조위원장의 친족 회사가 조합비가 투입되는 거래에 참여했다는 점 자체가 문제로 지적된 것입니다. 계약 과정에서 최 위원장 측이 별도의 이익을 취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함께 나왔습니다.
최승호 위원장은 9일 조합원 익명 채팅방에 올린 글에서 계약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대성종합물산 대표자가 위원장의 장인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친족 관계만을 이유로 업체를 선정하거나 이를 통해 개인적 이익을 취한 사실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가격과 품질, 납품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업체를 선정했다"며 "리베이트나 수수료, 환급 등 어떠한 금전적 이익도 위원장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친족 업체와의 거래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현재는 이런 계약조차 원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단가와 발주 업체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업체별 발주 수량과 실제 지급된 총 계약금액입니다. 조합비가 어디에 얼마나 나갔는지 판단하려면 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조끼 한 벌 8,500원은 세 견적 가운데 가장 낮은 값이었습니다. 최 위원장은 개인적 이익이 없었다고 밝혔고, 논란이 된 뒤에는 친족 업체와의 계약을 아예 배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남은 것은 그 조끼가 몇 벌이었고, 노조가 모두 얼마를 지급했는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