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5척이 가라앉고, 기름값이 멈춰 섰다 런던 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9.45달러까지 올랐습니다. 100달러까지 55센트를 남긴 지점이었습니다. 같은 날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유조선 5척을 격침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유가는 100달러를 넘지 못하고 97.92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하루 상승률은 0.95%였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8일(현지 시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란 유조선 5척을 격침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사령부는 "지난 이틀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 해군 전함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이 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IRGC는 이란 정규군과 별도로 운용되는 군사조직입니다. 미군은 "이란의 공격 시도를 성공적으로 무력화시키고 해당 해역에서 순찰을 계속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군 부상자는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발표된 순서대로 놓으면 흐름은 이렇습니다. 먼저 이틀에 걸쳐 IRGC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대상은 미 해군 전함이었습니다. 이어 미군이 이란 유조선 5척을 격침시켰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이란 국영언론은 IRGC가 쿠웨이트와 바레인 인근 유조선 승무원들에게 대피를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인이 탑승한 선박이 대상이었습니다. 군함끼리의 충돌로 시작된 상황이, 이틀 만에 상선을 향한 경고로 번진 셈입니다.
IRGC의 경고 내용은 선박의 성격 자체를 바꿔놓는 것이었습니다. 이란 국영언론에 따르면 IRGC는 미군의 이란 선박에 대한 적대 행위로 인해 해당 항구에 정박 중인 모든 선박을 합법적인 공격 목표물로 간주한다고 전파했습니다. 그러니 즉시 대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원유가 실려 나가는 항구가 있는 지역입니다. 운반 수단이 표적 범위에 들어갔다는 발표가 나오면, 아직 실려 나가지 않은 원유의 가격부터 움직입니다. 선물 가격은 지금 사는 값이 아니라, 정해진 미래 시점에 원유를 받기로 하고 미리 매기는 값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거래된 브렌트유는 11월 인도분이었습니다.
충돌 규모에 비하면 종가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습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0.95% 오른 배럴당 97.92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고점 99.45달러와 비교하면 1.53달러 낮은 가격입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69% 오른 배럴당 93.03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WTI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기준으로 삼는 지표입니다. 중동에서 벌어진 일인데, 상승률은 미국 기준 지표가 브렌트유의 두 배에 가까웠습니다. 왜 그런 차이가 났는지는 이날 공개된 자료에 설명이 없습니다.
이날 나온 것은 두 개의 발표입니다. 하나는 미 중부사령부의 보도자료로, 유조선 5척 격침과 미군 부상자 없음을 담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란 국영언론이 전한 IRGC의 대피 경고입니다. 피해 규모나 선박의 상태를 제3자가 확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두 발표는 서로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미군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라고 했고, IRGC는 미군의 적대 행위 때문에 항구의 선박을 목표물로 본다고 했습니다. 같은 이틀을 두고 시작점을 다르게 잡은 발표입니다.
유가 뉴스를 볼 때는 세 가지를 같이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첫째, 브렌트유와 WTI 중 어느 지표인지입니다. 이날처럼 같은 사건에도 두 지표의 상승률은 0.95%와 1.69%로 달랐습니다. 둘째, 종가인지 장중 가격인지입니다. 브렌트유의 이날 최고가는 99.45달러였지만 마감가는 97.92달러였습니다. 셋째, 몇 월 인도분인지입니다. 이날 100달러 앞에서 멈춰 선 가격은 11월에 원유를 받기로 한 계약의 값이었습니다. 100달러를 55센트 남기고 끝난 하루였습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뉴욕상업거래소 마감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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