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수수료 1.3%가 0.3%로 낮아진다면 가게에서 1만 원짜리 물건을 카드로 팔면 가맹점은 수수료를 냅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기준으로 삼은 카드 수수료율 1.3%를 적용하면 130원입니다. 이 130원이 30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스테이블코인의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결제를 대체할 경우 가맹점의 연간 비용 절감 효과가 최소 3700억 원에서 최대 5조 1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가정을 달리해 뽑은 추산치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특정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그 기준이 원화인 경우를 말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것이 카드 결제 자리를 얼마나 차지하느냐에 따라 가맹점이 아끼는 수수료가 연간 3700억 원에서 5조 1500억 원 사이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하나의 예측값이 아니라, 조건을 바꿔가며 계산한 구간입니다.
계산의 출발점은 지난해 국내 신용·체크카드 이용액 약 1225조 원입니다. 보고서는 여기에 카드와 스테이블코인의 수수료율, 그리고 카드 결제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넘어가는 비중을 각각 달리 적용했습니다. 보수적 시나리오는 카드 1.1%·스테이블코인 0.5%, 기준 시나리오는 1.3%·0.3%, 낙관적 시나리오는 1.5%·0.1%입니다. 기준 시나리오에서 카드 결제의 10%가 넘어가면 절감액은 연간 1조 2300억 원, 30%가 넘어가면 3조 6800억 원입니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 대체 비중이 30%일 때가 5조 1500억 원입니다.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는 이유는 절차가 짧아지는 데 있습니다. 카드 결제는 지급, 청산, 결제 세 단계를 거칩니다. 결제 지시가 오가고, 거래 내역을 확인해 서로의 채권·채무를 정리하고, 마지막에 실제 돈이 옮겨집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와 은행 등 여러 기관이 개입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상에서 거래 기록과 자산 이전이 함께 이뤄집니다. 그만큼 내역을 확인하고 자금을 정산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최소 3700억 원과 최대 5조 1500억 원의 차이는 열 배를 넘습니다. 같은 카드 이용액을 놓고 계산했는데도 이렇게 벌어지는 이유는, 수수료율과 대체 비중이라는 두 가지 가정이 모두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가 5조 원대 절감을 제시한 낙관적 시나리오는 스테이블코인 수수료율이 0.1%까지 내려가고, 각종 할인과 프로모션으로 기존 카드 결제의 30%가 넘어간다는 조건 위에 서 있습니다.
가맹점이 덜 내는 수수료는 누군가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수수료 수익 감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같은 보고서는 "카드 결제 감소와 함께 카드사의 포인트, 마일리지 등 관련 비용도 일부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수료 수익과 마케팅 비용이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숫자를 볼 때는, 그 숫자에 붙은 두 가지 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카드와 스테이블코인의 수수료율을 각각 몇 퍼센트로 놓았는지, 그리고 카드 결제의 몇 퍼센트가 대체된다고 봤는지입니다. 같은 1225조 원을 놓고도 이 두 조건에 따라 3700억 원과 5조 1500억 원이 함께 나왔습니다. 1만 원어치를 팔고 130원을 내던 가맹점이 30원을 내게 되는지는, 아직 계산 위의 조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