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공시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다음 달 12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718만 8793주를 사들일 계획입니다. 지분율로는 0.11%입니다. 취득 단가는 7월 8일 종가 기준 주당 26만 9500원, 총 거래액은 1조 9374억 원입니다. 이 금액은 확정치가 아닌 예정치로, 계획 금액의 70~130% 범위에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거래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산에 부과된 상속세 12조 원을 5년에 걸쳐 분납해 2025년 4월 완납했습니다. 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홍 전 명예관장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습니다. 이번 지분 매각은 그 대출금을 갚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상속세 납부가 끝나도 빌린 돈은 남아 있었던 셈입니다. 이 회장은 앞서 올해 초 홍 전 명예관장의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증여받은 바 있습니다.
홍 전 명예관장이 택한 방식은 장외매수입니다. 증권거래소 시장 밖에서 당사자끼리 직접 협의해 주식을 넘기는 거래를 말합니다. 시장에서 대량의 주식을 한꺼번에 파는 방식과 달리, 매도 물량이 호가창에 나타나지 않아 주가에 즉각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지분은 집안 안에서 이동합니다. 거래가 끝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해 1.47%에서 1.58%로 높아집니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기준으로는 6월 말 1.67%에서 1.78% 안팎이 됩니다. 반대로 홍 전 명예관장의 보통주 지분율은 1.25%에서 1.13%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입니다.
같은 상속세를 냈지만 재원을 마련한 방법은 달랐습니다. 홍 전 명예관장과 두 딸은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세금을 냈습니다. 반면 이 회장은 주식을 팔지 않았습니다. 계열사에서 받는 배당금과 담보 없는 신용대출을 활용했습니다. 총수 일가 안에서도 지분이 줄어든 쪽과 유지된 쪽이 갈린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번 거래로 한쪽의 지분은 다시 늘어납니다.
재계에서는 시장에서 대량 매도하는 방식 대신 대주주 간 거래를 택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매도자는 대출금을 갚을 현금을 확보하고, 주식은 시장에 풀리지 않고 총수 일가 안에 남습니다. 다만 이는 거래 방식에 대한 재계의 해석이며, 홍 전 명예관장 측이 매각 사유를 직접 밝힌 내용은 공시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대주주의 지분 변동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접속해 회사명을 검색하면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보고서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거래처럼 계획 단계의 공시는 금액이 예정치인 경우가 있어, 실제 체결 여부와 최종 금액은 거래일 이후 공시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1조 9374억 원의 주식이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 공시 한 장에 적혀 있습니다.











